미국의 중국 위안화 정책이 달라지고 있다. 위안화의 급속한 절상 압력을 늦추는 대신 금융시장 개방과 내수부문 진작을 재촉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당장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압력에 매달리기보다는 중국에 대한 수출을 늘림으로써 무역 적자를 줄이는 것이 훨씬 더 실리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변화는 지난 16~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제17차 미·중 합동경제위원회를 통해 뚜렷이 나타났다. 존 스노 미 재무부 장관은 미·중 합동경제위원회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환율 제도를 실질적으로 유연한 시스템으로 변경하려면 많은 사전적 조치들이 필요하다"면서 "중국은 현재 진지하게 이를 위한 준비 단계를 밟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중국측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위안화 추가 절상이 없을 경우 보복 관세를 부과하려는 일부 미 의원들의 제안을 '나쁜 발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위안화 추가절상 압력을 스스로 철회한 셈이다. 이 같은 발언은 그가 지난 6일 미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중국은 인위적으로 환율을 저평가하고 있다"며 "이번 중국 방문을 환율 유연성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데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이에 따라 위안화 절상 문제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공산이 커졌다. 스노 장관이 중국의 외환시스템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만큼 다음 달 초 의회에 제출될 환율 보고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여 중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려던 미 의회의 보복 조치도 당분간 유보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위안화 절상 압력을 완전히 철회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양국이 합동경제위원회를 마치고 발표한 성명서에도 '중국은 관리변동 환율제도하에서 유연성과 시장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지만 위안화 절상을 위한 중국 정부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히 명시된 셈이다. 월가에서는 이를 두고 위안화 추가 절상폭과 시기에 대해 양국 정부 간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뤄진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나름대로의 위안화 절상 스케줄을 제시했고 미국은 이를 준수한다는 것을 전제로 중국측 제안을 받아들였을 공산이 크다는 해석이다. 일부 중국 언론이 "중국은 현재 하루 상하 0.3%로 제한돼 있는 달러·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조만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 외환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한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이 위안화 절상에 주력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무역 적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839억달러였던 것이 작년엔 1619억달러로 증가했고 올 들어서도 지난 7월까지 107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미 정부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들고 나온 카드가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 확대와 내수 진작이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조건까지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