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6:03
수정2006.04.03 06:04
지난 2003년 개교 당시 신입생들의 평균 IQ(지능지수)가 140을 넘어 주목을 끌었던 부산 한국과학영재학교의 3학년생들이 KAIST(84.7%) 등 이공계 대학으로 전원 진학해 또 한번 화제다.
이는 기존 과학고 졸업생들이 올해 의·치학 계열로 진학한 비율이 12.4%에 이르고 15%가량이 이공계 외의 길을 간 것(교육인적자원부 자료)과 비교된다.
"의대요? 여기선 의사 직업을 선택하려는 친구들이 거의 없어요.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해 하고 싶은 연구를 계속하는 게 대부분 학생들의 희망이지요."
학생회장을 맡고 있고 이번에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 합격한 3학년 추승우군(19)은 학교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그는 "용기 있게 이공계를 선택한 선배들의 모습은 결국 후배들을 이공계로 이끌 것"이라며 영재교 첫 졸업생으로의 책임도 강조했다.
"몰래 의대에 시험을 치러 진학하는 학생들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이 학교 문정오 교장은 손사래를 치며 웃는다. "학생들 실력으로 따진다면 의대 진학이 충분하겠지만 당치않은 일이에요. 창조력과 상상력을 기르는 데 주력해 온 학생들이 의학수업을 받고 의사 생활을 어떻게 견뎌내겠습니까."
이 같은 영재교의 분위기는 한국경제신문이 3학년생 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조사에서 22명(84.6%)의 학생들은 과학자의 길을 선택하겠다고 응답했고 3명은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했지만 과학과 관련된 분야에 종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96.2%가 과학의 길을 간다는 확신을 하고 있다. 나머지 한 명은 사업가가 되겠다고 했다.
이들은 또 21세기에 대한 예측에서 과학의 발전이 되살아나고 이공계가 부활할 것이라는 데에 70%가 동의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이끌 과학 천재들이 이공계의 앞날을 상당히 밝게 보고 있는 것. 이들 중 76.9%인 20명이 영재교 3년간의 생활 및 수업에 대해 만족한다는 대답을 해 교육시스템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담당 안정훈 교사는 "차별화된 수업내용이 이들에게 계속 과학의 길을 걷겠다는 뜻을 갖게 만드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영재학교는 졸업하기 위해 자율연구 3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주제를 선정하고 국내외 현직 대학 교수들과 팀을 구성,연구 논문을 매년 1편씩 써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과학에 푹 빠지게 된다는 게 안 교사의 분석이다.
KAIST로 진로가 결정된 이한상군은 생물광학 관련 논문을 3편 정도 썼다며 대학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질 높은 교사들의 진로 지도도 한몫하고 있다고 문 교장은 강조했다. 이 학교의 교사들은 60.8%가 박사 학위 소지자다. 특히 수학 과학 등 자연과학분야에서는 76.9%가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이들은 전문적인 실험과 실습을 통해 미래 과학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어 학생들의 수업이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고 문 교장은 덧붙였다.이와 함께 매주 실시하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 등 저명한 과학자들의 강연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KAIST로 진학하는 임소정양은 "황 교수님이 과학자는 조국을 사랑해야 한다고 한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문 교장은 "우리 졸업생 중에 제2,제3의 황우석이 탄생할 것"이라며 "국가에서 이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