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칭화대 국정연구센터의 후안강(胡鞍鋼) 주임(소장)은 중국 경제정책을 입안하는 주요 브레인 가운데 한 명이다. 칭화대 공공관리학원 교수실에서 만난 그는 중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고도성장이 오는 2020년까지 지속돼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중국 위협론'에 짓눌리지 말고 "중국의 고도성장 열차에 올라 타라"고 조언했다. 이는 곧 세계의 거대한 용인 중국보다 더 빨리 달리지 못하면 한국이라는 작은 용은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 대담 - 오광진 베이징 특파원 ] -중국 고도성장은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2020년까지도 고도성장은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지난 20년간 중국 경제의 성장세는 미국의 1870~1913년대 고성장기와 상황이 매우 흡사합니다. 이 기간에 미국의 GDP는 5.26배 성장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8%에서 18.9%로 껑충 뛰었지요. 같은 기간 미국의 수출액과 공업생산 규모도 각각 9.9배,7.4배 급증했습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이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1978년부터 2004년까지 중국의 GDP는 10.3배,수출은 무려 60.9배,공업생산은 16.8배 급증했습니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부상은 향후 10~20년간 기본 추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세계 위상도 높아지겠군요. "물론입니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비중은 78년 4.9%에 불과했지만,2001년 12.3%로 높아졌습니다. 10년 뒤인 2015년에는 15%로 더 커질 것입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다는 얘기죠.나아가 2020년을 전후해서는 미국을 추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위안화가 현재보다 절상되면 그 기간은 더 짧아질 것입니다. 수출에서는 신장세가 더 빠릅니다. 1978년 세계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0.7%였지만,지난해에는 6.5%에 달했습니다. 10년 후에는 10%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미국과 독일의 수출액을 합친 비중(9% 수준)을 웃도는 것입니다. 이미 공업 분야에서는 2003년 세계 생산의 22%를 차지해 17%를 점유한 미국을 추월했습니다." -향후 중국에서 어떤 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십니까. "공업은 물론 농업 서비스업이 모두 커질 것입니다. 물론 공업이 경제 발전을 주도할 것으로 봅니다. 중국은 이미 70여개 상품에서 세계 1위 생산국입니다. 특히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이 빨라질 것으로 봅니다. 지난해 모니터 생산량은 세계 생산량의 40%,휴대폰은 31%,컬러 TV는 43%,노트북 PC는 40%를 차지했습니다. 중국은 이미 휴대폰과 고정전화 사용자 수에서 세계 1위입니다. 현재 세계 2위인 PC 사용자 수도 2~3년 뒤에는 미국을 젖히고 1위로 올라설 것입니다. 2006년에는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때 약속한 일정에 따라 서비스업을 전면 개방하면서 이 분야의 발전도 매우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리스크는 무엇입니까. "빠른 성장에 따른 불균형입니다. 우선 국내적으로 도농 간·지역 간·계층 간 격차에 따른 불균형을 들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조화사회 건설'을 내세워 빈곤지역이나 소수민족에 대한 교육 투자를 확대하고,사회보장 활동을 강화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죠.사실 13억 인구 중 10억명은 기본적인 의료보험 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리스크는 국제적인 불균형입니다. 중국 정부는 상호 평화적인 발전을 통해 미국 및 주변 국가 등과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봅니다. 한마디로 '허(和·조화와 평화)'자가 중국의 미래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죠." -중국은 한국에 '기회의 땅'이지만,국제적으로는 중국의 고도성장을 견제해야 한다는 '중국 위협론'이 떠오르고 있는데요. "중국 위협론은 외국에서 만든 것입니다. 중국 부상에 따른 국제 불균형을 반영한 것이죠.그렇지만 중국에 '부상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은 아직 더 발전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발전의 방식입니다. 중국은 세계와 함께 발전하는 방식을 통해 해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는 당면 과제죠.하지만 한국과는 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한국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한국이 거꾸로 적자를 보고 있다면 이를 문제삼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과의 교역에서 적자를 내는 것을 크게 문제삼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는 미국은 늘 시정을 요구합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에 중국만큼 우호적인 이웃나라는 없습니다. 한국은 '중국 위협론'이 아니라 '중국 우호론'을 얘기해야 합니다. 게다가 중국의 발전은 전 세계에 세 번째 황금 성장기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1870~1913년은 미국의 성장 덕분에,1950~1973년은 미국과 유럽·일본의 발전을 토대로 세계 경제가 성장을 누렸습니다. 세계 경제는 1992년을 전후해 새로운 성장기에 진입했습니다. 여기에는 중국의 역할이 큽니다. 1990년부터 2002년까지 중국이 세계의 GDP 증가분에 기여한 비중은 27%에 이릅니다. 세계는 중국의 부상을 성장의 '기회'로 여겨야 합니다." -한·중 관계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기본적으로 양국의 경제발전 추세와 '경제 일체화' 수준에 좌우될 것입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은 일본과는 달리 후발주자입니다. 수교도 1992년에야 이뤄지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한국과 중국 경제의 일체화 속도는 매우 빨랐습니다. 한국의 중국 수출 의존도를 보십시오.1996년 2.04%였던 것이 지난해 7.32%로 크게 높아졌습니다. 홍콩 수출까지 포함하면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10%에 육박합니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수출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중대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양국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해 5년내 중국 수출 의존도(홍콩 포함)는 12%로 올라설 것입니다." -양국 산업은 과거에는 상호 보완성이 컸지만,최근에는 중국의 발전으로 경쟁 부문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중국의 발전이 빠른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한국은 '네 마리의 작은 용' 가운데 하나로 꼽혀 왔지만,중국이라는 거대한 용도 이미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작은 용들에게 더욱 빨리 달리도록 압박하고 있습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용은 계속 뛰어야 합니다. 경제가 글로벌화하고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보다 더 빨리 달려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죽음에 이르는 길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는 주변국에 경쟁력을 더욱 높이도록 자극합니다. 좋은 일 아닙니까."kjoh@hankyung.com -------------------------------------------------------------- [ 후안강 소장 약력 ] △1953년 저장성 출생 △82년 허베이성 당산공학원 졸업 △84년 베이징과기대 석사 △88년 중국과학원 박사 △92년 예일대 박사후 과정 △93년 미국 어레이 주립대 교환교수 △98년 MIT 객원연구원 △99년 칭화대 국정연구센터 주임-현재 △2000년 칭화대 공공관리학원 교수 △주요 저서:'중국대전략','국가제도건설','국정과 발전'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