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으로 2002년 이후 전체 제조업의 가격경쟁력은 약화됐지만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 품질경쟁력을 갖춘 업종의 경우 국제 가격경쟁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은 “최근의 제조업 업종별 실질실효환율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원화의 대외 실질가치 즉,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나타내는 실질실효환율을 산출, 조사한 결과 2002년 이후 실질실효환율이 하락세를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가격경쟁력 하락세는 2004년 중 가팔라져 2004년 12월에는 전년동월대비 11%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환위기를 전후로 가격경쟁력은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 등 여부에 따라 업종별로 다르게 전개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석유제품과 1차금속, 종이ㆍ펄프, 가죽ㆍ신발 등의 국제 가격경쟁력이 전체 공산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던 반면 2000년대 들어서는 반도체와 음향ㆍ통신 등 IT, 기계류, 자동차 등 수출 주력 제조업 제품의 국제 가격경쟁력이 전체 공산품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은은 이에 대해 “생산성 증가속도 등의 차이에 따라 우리나라와 무역 상대국간의 생산자물가 격차가 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난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반도체와 음향ㆍ통신, 기계류, 자동차 등은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 등의 영향으로 교역상대국에 비해 상대가격이 낮아 가격경쟁력이 과거에 비해 높아진 데다 품질경쟁력까지 향상됐고 철강ㆍ금속, 화학제품 등은 가격경쟁력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교역 상대국에 비해 품질경쟁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반면에 섬유류와 신발, 고무 등은 명목환율 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 하락을 품질경쟁력 등 다른 측면에서 상쇄하지 못해 상반된 결과를 얻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한은은 이에 대해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국제경쟁력은 환율에도 영향을 받지만 경쟁상대국에 비해 보다 싼 가격에 양질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에도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은은 이와 함께 “가격경쟁력이 수출물량에 미치는 효과도 과거보다 약화되고 있고 있다” 면서 “환율을 수출증대 차원에서 운용하는 데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원화환율이 미 달러화에 대하여 10% 절상될 경우, 자동차(-4.2%), 선박(-3.6%), 조립금속(-3.0%), 음향ㆍ통신(-2.8%) 등의 가격경쟁력(실질실효환율)이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엔화에 대하여 10% 절상될 경우는 정밀기기(-3.5%), 석유제품(-3.5%), 1차금속(-3.2%), 고무ㆍ플라스틱(-3.2%), 비금속광물산업(-3.0%) 등 자본재 부문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했습니다. 또 중국 위안화에 대하여 원화가 10% 절하되면 가죽·신발(6.6%), 섬유·의복(4.9%), 가구산업(4.2%) 등 경공업 부문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최은주기자 ejchoi@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