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오는 10일로 창립 22돌을 맞는다.


1983년 현대전자로 출발해 99년 LG반도체와의 합병을 거쳐 탄생한 하이닉스에 올해는 여느 해보다 특별하다.


3년9개월 동안 진행돼 온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상태에서 벗어나 경영정상화를 이룬 원년이기 때문이다.


불과 3년 전 10조원의 부채를 떠안은 '부실기업'의 대명사로 불리던 하이닉스는 현재 세계 메모리반도체 2위 업체로 성장했다.


실적 또한 지난해 매출 6조7000억원,순이익 1조7000억원을 올릴 정도의 '알짜배기' 회사로 거듭났다.


그래서 하이닉스의 회생은 '기적'이란 평가를 듣는다.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난 하이닉스는 올해부터 채권단의 매각 방침에 따라 '새 주인 찾기'에 나선다.


◆기적 같은 회생 스토리


하이닉스는 1999년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합병으로 한 때 메모리반도체 생산량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무리한 합병은 곧 위기로 이어졌다.


합병 당시 하이닉스의 부채규모는 15조원을 넘어설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2000년 D램 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하이닉스는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2000년 2조4868억원의 적자를 본 데 이어 2001년 5조736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결국 채권단은 2001년 10월 하이닉스에 대한 워크아웃 개시 결정을 내렸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거듭됐다.


2001년부터 통신부문 LCD부문을 매각한 데 이어 지난해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씨티벤처캐피탈에 팔았다.


2000년 2만2000명이었던 직원 수도 1만2000명 수준으로 줄였다.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는 서서히 나타났다.


2003년 3분기 첫 흑자전환을 이룬 데 이어 올해 2분기까지 8분기 연속 흑자를 낸 것.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인 2조원의 영업이익과 1조700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삼성전자 등과 함께 '순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당초 내년 말로 예정된 하이닉스의 워크아웃 졸업시기를 1년 반 앞당겨 조기졸업시켰다.


지난 2분기 3213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하이닉스는 3분기에 3500억원 이상의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우의제 사장은 "3분기는 2분기보다 시장상황이 좋았다"라며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상황이 예상보다 좋은 만큼 4분기 이후 내년까지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탄한 성장 동력


하이닉스가 회생할 수 있었던 비결은 꾸준한 투자 덕분이다.


2003년 1조4000억원에 이어 지난해 1조8000억원,올해 2조2000억원을 시설투자에 투입했다.


내년에는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결과 D램의 경우 지난해 1분기 이후 업계 최고 수준인 20∼30%를 유지하며 시장점유율 16%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낸드플래시도 경쟁업체에 비해 늦게 진출했지만 10%의 점유율로 업계 3위에 올랐다.


특히 낸드플래시는 지난 1분기 43%의 매출증가에 이어 2분기에는 100%의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또한 최신 공정인 300mm 웨이퍼 라인을 늘리는 등 기술경쟁력을 확보한 것도 회생 비결 중 하나다.


지난 5월 이천공장에 300mm 전용 라인인 'M10'을 본격 가동한 데 이어 내년 1월부터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프로모스를 통해 300mm 웨이퍼를 양산할 예정이다.


또 ST마이크로와의 합작공장인 중국 우시라인에서도 내년 하반기부터 300mm 웨이퍼를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07년 이후 월 7만장 규모의 웨이퍼 양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ST마이크로는 자사 노어(NOR) 플래시메모리 라인 일부를 떼어주는 조건으로 하이닉스 지분을 사들이겠다는 '빅딜'을 제안해왔다.


ST마이크로의 제안이 성사될 경우 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에 이어 노어플래시 등 메모리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남은 과제는


경영정상화를 이룬 하이닉스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우선 아직까지 삼성전자 등 경쟁업체에 비해 투자비용과 투자시기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비록 워크아웃은 졸업했지만 여전히 시장을 주도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실제 D램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와 비교할 때 하이닉스의 시설투자 금액은 10분의 1에도 못미친다.


따라서 향후 대규모 투자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가 하이닉스 고속성장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우 사장은 "그동안 채권단의 협조로 매년 순이익의 대부분을 시설투자에 쏟아부을 수 있었다"며 "투자를 할 수 없는 순간 하이닉스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아울러 채권단의 지분 매각방침에 따른 '새 주인 찾기'도 하이닉스의 남은 과제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최근 출자전환주식 공동관리협의회를 열고 채권단 보유지분 73.8% 중 22.8%를 국내외에 매각하고 나머지 51% 지분은 경영권과 관련이 있는 만큼 전략적 투자자나 인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매각을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이닉스의 자산규모가 9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이 구조조정기업을 인수하려는 기업들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일부에서는 LG전자나 동부그룹이 거론되고 군인공제회 등의 인수 가능성도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안개 속이다.


때문에 채권단 일각에서는 해외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업체들의 경우 하이닉스의 인수자금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고 국민혈세로 회생시킨 기업을 외국기업에 넘기는 것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새 주인 찾기'는 앞으로 하이닉스가 풀어야 할 최대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