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5:42
수정2006.04.03 05:43
세계적으로 기업의 '탈중심화'의 추세가 거세지고 있으나 한국 기업들은 유교적 전통의 강점과 탈중심화를 잘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 슬론 경영대학원의 토머스 말론(Thomas W. Malone) 교수가 5일 지적했다.
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리는 LG CNS의 `엔트루월드 2005(Entrue World 2005)'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방한한 말론 교수는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에서 탈중심적 의사결정이 동기부여, 창의성, 유연성, 혁신이라는 과실을 가져다 주고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 기업은 미국 기업을 그대로 본뜨기보다는 유교적 전통과 권위를 바탕으로 한 중앙집중적 구조를 IT(정보기술)의 변화에 잘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조직 구성원들에게 많은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구성원들이 행복해지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인터넷 경매업체인 이베이가 판매자들에게 권한을 나눠줌으로써 성공한 것처럼 한국 기업들도 권한 이양을 통해 유교적 전통의 강점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의 미래(The Future Of Work)'라는 책의 저자로 국내에 잘 알려진 말론 교수는 MIT내에 조직과학센터를 설립하고 `21세기 조직창조(Investing The Organizations Of The 21st Century)'라는 MIT 추진 프로젝트의 공동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말론 교수는 또 지난 98년 논문 '이랜스 경제의 태동(The Dawn of eLance Economy)'에서 처음 창안한 '이랜스'에 대해 "전자적으로 연결된 프리랜서"라고 정의하면서 기술의 진보와 함께 '이랜스'를 중심으로 한 경제구조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베이의 판매자들을 '이랜스'의 대표적인 예로 들면서 "이베이는 전통적인 소매상에서 볼 수 있는 판매형태를 아웃소싱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베이에서는 6천500만명 이상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활동하고 있고 43만명이 판매를 통해 생계를 꾸리고 있지만 이 판매자들은 마케팅, 고객만족, 홍보, 판매 등 모든 활동을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론 교수는 이어 "지식기반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랜스'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면서 노사문제도 앞으로는 다른 형태로 바뀔 것"이라면서 "실제로 로펌같은 지식기반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소유주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노사문제보다는 `노노 문제'나 `사사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기업들이 제공했던 재정적 안정, 자아실현, 사교 등의 기능들을 앞으로는 중세 장인들의 모임이었던 '길드'같은 조직이 맡게 될 것"이라면서 "길드는 회사의 목표와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노사간 의사소통의 방식은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미래 기업의 바람직한 가치'에 대해 "기업들이 이익창출을 유일한 목표로 삼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면서 "고객, 직원, 투자자, 상품공급자, 사회의 욕구들을 충족시키고 경제적인 것 외의 다양하고 중요한 가치들을 제공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석 기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