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수확충 '올인'..국책은행.공기업에 고배당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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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가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국책 은행에 고배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 가스공사 한국전력 등 대형 공기업에 대해서도 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배당을 늘려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소주세와 LNG(액화천연가스)세 인상 논란에 이어 법인세율 재인상 가능성마저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 나온 것이어서 정부가 구멍난 세수 메우기에 '다 걸기(올인)'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분명해지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3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세수가 다소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기업은행에는 배당금 증액,산업은행에는 첫 배당실시 등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했다"며 "적정 배당 수준에 대해 두 은행과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부,"공기업도 세수부족 해결에 동참하라"
정부는 국책은행에 대한 주주권을 적극 행사함으로써 세수 부족분을 약간이라도 보충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재경부가 일반주주와 차별을 두지 않는 동등배당 및 배당률 상향조정 등 두 가지를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1996년 증시 상장 이후 2003년 한 해를 제외하곤 정부(지분율 57.7%) 등 대주주에는 배당금을 적게 지급하고 개인 기관 외국인 등 일반주주에는 배당금을 많이 주는 차등배당을 실시해 왔다.
그러나 기업은행의 재무건전성이 보강된만큼 차등배당이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기업은행은 올 연말 결산이 끝난 뒤 5%(액면가 대비)의 동등배당을 실시,정부에 350억원 정도 배당금을 늘려주는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재경부는 올해 기업은행의 이익이 급증한만큼 좀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경부는 산업은행(정부지분율 100%)에 대해선 내년초 첫 배당을 이미 요청한 상태다.
지금까지 산업은행은 수익을 냈을 때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유보해 왔으나,지난 6월 법이 개정돼 내년부터는 이익금의 60%까지 배당을 실시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재경부는 산업은행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이 기업은행 수준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올해 산업은행의 순이익이 예상치인 1조5000억원에 이를 경우 정부는 1600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재경부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으로부터 고배당을 받으면 세목 하나를 늘리지 않아도 될 것이란 계산을 하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내년 세수부족 7조원 메우기' 비상
재경부 관계자는 "산업자원부와 건설교통부 등 다른 부처에서도 산하 공기업에 대해 고배당 요청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산자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재경부로부터 업무 협조 요청을 받지는 못했지만 요청이 온다면 부족 세수 충당을 위해 범 정부 차원에서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자부 산하 공기업인 가스공사는 올해 배당성향을 지난해보다 10%포인트 높인 50%로 정했다.
올해 예상이익이 2300억원 수준으로 관측되는만큼 정부에는 3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이 지급될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기본적으로는 배당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지만 향후 전기요금 인상 여부,대북송전 등 투자수요 등을 감안해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세수 부족액은 올해 4조6000억원에 이어 내년에도 7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안전망 확충,국방개혁,행정도시,저출산 대책 등 대형 국책사업을 고려하면 세부 부족에 따른 국가채무가 올해 248조원에서 2009년엔 314조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박준동·송종현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