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캐주얼 'FUBU'는 현재 71개 매장에서 연간 600억원어치나 팔려나가는 제일모직의 인기 라이선스브랜드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렇게 잘 나갔던 것은 아니었다.


99년 봄 미국에서 이 브랜드를 들여와 론칭할 당시 시장은 IMF체제의 먹구름에 짙게 싸여 있었다.


당시 마케팅을 맡았던 이형진 팀장은 "2년 전부터 젊은이들의 유행동향을 면밀히 연구하며 착실히 준비해서 제품을 내놓았는데 때마침 IMF를 맞아 눈앞이 캄캄했다"고 회상한다.


창고마다 재고가 쌓여만 가고 있을 때 이 팀장의 레이더에 신생 보컬그룹 god가 걸려든다.


1집 음반 '어머님께'를 내놓았을 뿐 인기를 끌지 못한 god는 셋방을 전전하고 있었다.


무명 가수에게 변변한 의상 협찬사가 있을리도 만무했다.


이때 FUBU는 god의 가능성만 믿고 과감한 지원을 하게 된다.


god의 팀 멤버들이 모두 한 때는 어려웠던 시절을 겪어 '야생화' 같은 이미지인데다 구성원들 사이에 우애가 깊어 'For Us By Us(우리들이 만든 우리들의 옷)'라는 FUBU의 브랜드 컨셉트에도 딱 들어맞았던 것.


그 후 한동안 라디오에서 간간이 노래가 소개될 뿐 별다른 활동이 없던 god에게 어느날 천금과 같은 기회가 찾아 온다.


MBC가 이들을 등장시킨 휴먼 논픽션 프로그램인 'god의 육아일기'를 제작하게 된 것.


어려울 때 도와준 협찬사에 '보은'이라도 하겠다는 심정이었을까.


1년 반 동안 진행된 이 프로에서 god는 매번 FUBU 의상을 입고 등장해 제일모직 관계자들을 감동시켰다.


god는 이 프로를 하는 동안 140만명의 팬을 확보한 당대 최고 인기가수 자리에 등극하게 된다.


'god 패션'으로 알려지게 된 FUBU의 옷도 덩달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무명가수 협찬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제일모직은 요즘도 예비스타 잡기에 열심이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다니엘 헤니'가 나오자마자 곧 바로 모델 계약을 체결해 빈폴 광고를 히트시킨 것도 그때부터 다져진 제일모직의 탁월한 '선구안(選球眼)' 덕분이 아닐까.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