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전자정부] S I 업계 쥐어짜 '싼 비지떡'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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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정부 보안 시스템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행정자치부 대법원 등이 전자민원 발급 서비스를 중단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전자정부 프로젝트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정부가 최저가낙찰제를 고집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헐값에 프로젝트를 따내 하도급을 맡기는 이상 비슷한 문제가 계속 터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에 문제가 된 행정자치부 민원서류 발급이나 대법원 등기부등본 발급 서비스 외에 국민의정부 시절부터 추진해온 전자정부 프로젝트는 대부분 최저가 입찰로 인해 예산보다 훨씬 적은 가격에 발주되곤 했다.
낙찰가가 예정가의 50%를 밑돌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 수주한 프로젝트는 덤핑으로 인해 부실 시공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부문 SI 프로젝트의 경우 이익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수주 물량이 늘어날수록 손실이 커진다.
아직도 기술보다는 가격 중심으로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프로젝트에서는 기술과 가격을 평가해 업체를 선정한다.
그런데 기술이 일정 수준에 달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가격싸움을 붙여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SI업체들은 출혈경쟁으로 내몰리고 반드시 따야 하는 프로젝트다 싶으면 '1원'을 써내 수주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한 SI업체는 고속도로 자동요금징수시스템(ETCS) 구축 사업의 주파수(RF)부문 입찰에서 1원 견적서를 제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올해는 범정부통합전산센터 프로젝트 입찰에서 참가 업체들이 정부의 예산 감축에 항의하는 소동을 벌이는 일도 발생했다.
뭉텅 깎인 예산으로는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을 도저히 맞출 수 없어 컨소시엄에 참가한 모든 참여 업체가 손해를 감수하며 항의했던 것이다.
저가 수주는 업계의 하도급 관행 폐해를 더욱 부각시킨다.
대형 SI업체들은 솔루션이나 장비 등을 공급하는 하청업체에 부담을 전가하지만 군소업체들은 업계에서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손해를 감수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에는 정도가 심해지면서 공공 프로젝트를 수주한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다투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저가로 수주한 프로젝트가 제대로 수행되고 시스템이 돌아가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SI업계 관계자는 "낮춰진 가격을 맞추기 위해 원래 계획된 것보다 떨어지는 장비를 사용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전자정부를 비롯한 각종 공공 프로젝트의 고질적인 저가 입찰 문제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최저가 입찰제를 수정해 가격과 함께 기술도 고려토록 했다.
그러나 실제로 기술은 참고사항일 뿐 대부분 가격으로 승부가 갈린다.
심지어 낙찰가를 낮추지 못하는 공무원은 내부에서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