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서민들의 '금융 안전망'이라 할 수 있는 대부업의 건전한 육성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로에 선 대부업' 시리즈를 지난 13일부터 8회에 걸쳐 연재했다. 시리즈가 나가는 동안 대부업체 관계자들과 소비자,학계 등에서 다양한 의견을 보내왔다. 이에 시리즈 마지막 회로 양석승 대부업협회장과 심지홍 단국대 교수(한국질서경제학회장)를 초청,대부업과 서민금융 전반에 대해 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양 회장과 심 교수는 "대부업을 건전하게 육성하려면 규제 일변도의 정책보다는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해 주는 등의 인센티브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 심지홍 단국대 교수 ] △1987 독일 콘스탄츠대 경제학박사 △1996 단국대학교 경상대학 경제학부 교수,정책경영대학원 원장 △2002 한독경상학회장 △2005 한국질서경제학회장 [ 양석승 대부업협회장 ] △1970 조선대학교 법학과 졸업 △1975 재무부 이재국 △1982 신한은행 설립준비위원 △2004 아프로그룹 부회장 겸 대부업협회장 -------------------------------------------------------------- ◆임혁 한국경제신문 금융부장(사회)=대부업은 아직도 고리대금업으로만 치부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국민경제 차원에서 대부업의 존재 의미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양석승 대부업협회장=대부업은 통상 하나의 단어로 통용되고 있지만,들여다보면 크게 △담보대출 △소액 신용대출 △유가증권형 대출 △일수대출 △기업대출 등 5가지 종류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소액 신용대출이나 일수대출은 서민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는 분야들입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등록된 1만2000여 대부업체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것도 이들 대출을 취급하는 업자들입니다. 이들 소액 신용대출업자는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저신용자들의 '급한 불'을 꺼준다는 의미에서 '생활금융'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또 그런 측면에서 대부업의 존재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지홍 단국대 교수=한국의 경우 신용등급 분류상 7∼10 등급에 위치해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저신용자들이 700여만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들 저신용자가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배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업의 존재 의미를 따지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2002년 대부업법 시행으로 '음지'에서 영업하던 대부업자들을 '양지'로 끌어낸 것은 잘한 일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대부업을 건전하게 육성해 저신용자들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해내는 일이겠지요. ◆사회=대부업이 그처럼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도 최근 업계의 상황은 고사지경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그 원인이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양 회장=불법 사채업자들을 등록시켜 합법적인 영업의 장(場)으로 끌어내기는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세원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업자들의 생리 등을 고려해 봤을 때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대부업법 개정으로 다양한 규제들만 새로 생겨나고 등록에 따른 유인책은 사실상 전혀 제시되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일본계 업체 100여곳을 제외한 국내 업체 대부분은 영업자금 조달이 극히 어려운 실정입니다. 때문에 규제일변도인 정부의 대부업 관련 정책은 재고될 필요가 있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건전성을 인정받은 업체에 대해서는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정부차원에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줬으면 합니다. ◆사회=현재 연 66%인 이자율 상한선을 30%로 낮추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이 정기국회에 상정돼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심 교수=한국의 소비자금융시장이 비합리적으로 작동되는 경향이 크다는 점에서 볼 때 대출금리에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금융회사의 대출금리를 제한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시장이 어느 정도 성숙한 이후에는 금리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정해지도록 정부의 규제는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업체들 간 경쟁으로 정부가 개입하지 않더라도 금리는 자연스럽게 인하될 수 있을 겁니다. 외국의 사례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일본의 경우 1950년대에 연 100%를 넘었던 대부업계의 평균 대출금리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연 29%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정부가 개입하기 이전에 업체들 스스로 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춰온 결과입니다. 금융 선진국인 영국은 대부업체에 대한 이자율 상한선 제한을 하지 않고 있지만,서민소비자금융업이 매우 활성화돼 있습니다. ◆양 회장=다른 금융회사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싶군요.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에는 이자제한법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IMF(국제통화기금)의 권고에 따라 해당 법률을 폐지하게 됐지요. 하지만 대부업은 원래는 없었던 이자율 상한선이 지난 2002년 대부업법 시행 이후 새롭게 생겨나는 등 다른 금융회사들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고금리를 받는 대부업의 특성상 이자율 상한선 제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시장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의 금리인하를 단기간에 강제적으로 단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사회=대부업의 발전을 위해 업계 스스로 개선해야 할 점도 많을 텐데요. ◆양 회장=주먹구구식의 옛 경영스타일을 아직까지 버리지 못하는 대부업체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이들은 회계감사 등을 통해 투명하게 업체를 경영하는 것을 생리적으로 싫어합니다. 그러나 금융회사에 있어 투명성은 '생명'과도 같지요. 고객중심의 경영마인드도 갖춰야 합니다. 업계 전반적으로 사실상 고객만족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다시피한 게 현실입니다.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심 교수=한국은 대부업계는 물론이고 제도권 금융회사들도 대부분 주택 등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 영업에 익숙해져 있죠.하지만 신용정보만 철저히 관리된다면,신용대출 사업만큼 장사가 되는 사업도 없을 겁니다.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 과정을 거치면서 금융회사들이 담보에 의존하는 게 얼마나 허망한지를 스스로 깨달았지요. 정부가 나서기 전에 업계 스스로 우량고객에 대해서는 금리를 낮춰주는 등 차별화된 금리정책을 구사할 필요도 있습니다. ◆사회=대부업의 육성은 신용불량자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용불량자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심 교수=정치인들이나 정부가 표를 의식한 정책을 써서는 곤란합니다. 성실하게 돈을 갚아나가는 사람에게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줘서는 안된다는 거예요. 부채탕감 등의 방법으로 신불자들을 도와주면 일시적인 '땜질처방'은 될 수 있어도 궁극적으로는 신용사회의 붕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금융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사회 전반적으로 파산율이 굉장히 낮습니다.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한번 파산을 하게 되면,그로 인한 손해가 평생을 쫓아다닌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줘서 그렇게 된 겁니다. 때문에 정부차원에서의 신용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것이지요. 경제주체에게 '돈을 빌리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양 회장=업계 입장에서는 저신용자들이 언제든지 돈을 빌릴 수 있는 대부업을 활성화하면 신용불량자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유동성 위기라는 것을 겪게 마련 아닙니까. 그런데도 시중은행들의 리스크관리가 엄격해지면서,예컨대 신용카드 연체가 딱 한 번 있다는 이유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정부 당국이 대부업법을 만들어놓고 업계에 대한 관리,감독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등록업무를 맡고 있기는 하지만 업계의 현황파악이라든가,사후관리는 잘 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정리=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