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확정한 2006년도 예산안에는 양극화 해소(분배)와 성장잠재력 확충(성장)을 동시에 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복지와 국방 등 투자 확대가 필요한 부문에는 빚을 내서라도 지출을 하겠다는 적극적인 재정운용 방향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저성장에 따른 세수 부족의 골을 10조원에 육박하는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메우기로 해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다. 현 정부 들어 재원배분 우선순위를 줄곧 복지에 두고 있는데 대한 경계론도 적지 않다. 투자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복지와 국방 등에 예산을 집중하는 반면 경기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회간접자본(SOC)과 산업.중소기업 부문 예산은 오히려 줄이거나 소폭 늘리는 데 그친 것. 특히 재정적자 기조가 고착화되는 가운데 적자 규모가 계속 커지는 데 대한 불안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팽창적인 재정기조를 유지,올해(9조8000억원)에 이어 연속 2년째 9조원대의 적자국채를 발행하기로 한 게 단적인 예다. 이 같은 적자국채 규모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1999년(9조7000억원,10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로써 국가채무는 올해 말 248조1000억원(GDP 대비 30.4%)에서 내년 말에는 279조9000억원(GDP 대비 31.9%)으로 불어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게 된다. 또 재정적자(사회보험 제외 관리대상 수지 기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3%(11조7000억원) 수준으로 높아져 1998년 이후 9년째 적자재정이 이어지게 된다. 정부는 2009년까지 적자재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통일 비용 등 구조적인 재정지출 수요가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성적인 세수부족과 적자재정 편성이 겹치다 보면 재정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성장률을 5%(물가상승률을 포함한 경상성장률은 7.5%)로 잡고 나라살림을 짰으나 내수 부진의 여파로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보여 9조원가량의 적자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당장 쓸 돈이 없다고 자녀 교육을 안 시키는 집과 미래를 내다보고 대출을 받아 교육비를 대는 집이 있다"며 "들어오는 세수안에서 나라살림을 꾸려갈 수도 있겠지만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필요한 곳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적자재정이라고 해도 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은 1% 안팎으로 사실상 균형재정 수준이고,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30% 안팎으로 주요 선진국(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는 70% 선)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선진국에 비해 유례없이 빠른 상황에서 재정적자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향후 적절한 대책을 세울 재원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정부는 올해만 해도 당초 경제성장률이 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예산을 짰지만 실제 성장률은 3.8% 수준에 그쳤고,세수부족분도 4조6000억원에 달해 당초의 세입 예상에 훨씬 못미쳤다. 이에 따라 5조1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했고 적자국채 발행액도 5조7000억원 예상에서 9조8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세수부족을 일부나마 해결하기 위해 내년에 중소기업은행 등 공기업 주식 매각(2조원)과 주세율 인상 등을 통해 부족분을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당장 주세율 인상이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되다시피 해 세수조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점도 적자국채 확대 요인으로 남아있다. 정부가 확대하고 있는 리스방식의 민자유치사업(BTL)도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갚아야 할 빚이나 다름없다. 노부호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정부가 쓸 곳만 많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공공부문의 군살부터 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복지,연구개발처럼 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부문에 대해서는 철저한 성과검증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