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가 허리케인의 잇따른 내습으로 실의에 빠졌다. 카트리나의 악몽에서 채 깨어나지도 못한 상황에서 이번엔 리타가 몰고 온 폭우로 물에 잠겨 또 다시 극심한 물난리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일각에서는 해수면보다 낮은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허리케인 공격에 속수무책인 뉴올리언스를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5일 "뉴올리언스 없는 미국은 생각할 수 없다"며 재건 의지를 분명히 해 실의에 빠진 이 도시에 희망을 주고 있다. 뉴올리언스는 리타가 육지에 상륙하면서 동반한 시간당 75~100mm의 폭우로 한달 전 카트리나가 무너뜨렸던 제방 일부가 다시 터져 도시의 15%가 침수된 상태다. 군대와 구호요원,기자들만 눈에 띄어 마치 유령 마을 같은 분위기다. 도시 대부분은 아직도 전력 공급이 재개되지 않고 있고 마실 물도 없는 상태다. 일부 주택들은 오염된 물에서 수주 동안 썩어가고 있어 복구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도 몇 달 동안은 아이들이 없는 도시가 될 전망이다. 학교 수십 곳이 카트리나로 인해 복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됐으며 내년 1월 이전에 문을 여는 학교는 불과 몇 개밖에 안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뉴올리언스를 살리느냐,마느냐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허리케인의 공격에 취약해 해마다 천문학적인 복구비를 감수하느니 차라리 도시 전체를 이전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50만 주민의 땀이 서린 곳이자 루이지애나주의 물류 중심인 뉴올리언스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거세다. 부시 대통령이 재건에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미 육군 공병대대 대변인도 "날씨만 좋다면 무너진 둑을 보수한 뒤 1주일 이내에 도시를 채운 물을 빼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복구작업이 본격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뉴올리언스시 당국도 대피한 시민들의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사정은 여전히 나쁘다. 카트리나로 파괴됐던 도시 기반시설의 복구작업이 리타로 차질을 빚어 앞으로 12∼18개월 동안 뉴올리언스 시민이 상당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휴스턴에 수용돼 있는 뉴올리언스 이재민 6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뉴올리언스로 돌아가겠다는 응답자는 43%에 불과했고 44%는 다른 지역에 정착할 것이라고 답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