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시장에서 CD MP3 등에 밀려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테이프가 어학교육시장에서는 여전히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외국어교재의 듣기 자료 중 70% 이상이 테이프로 돼 있다. 이는 카세트가 CD플레이어나 MP3플레이어보다 짧은 구간을 반복적으로 듣는 데 더 편리해 어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테이프교재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현재 교보문고에서 판매되고 있는 서적 중 테이프나 CD를 부록으로 갖고 있는 서적은 총1만7019권이다. 이 중 테이프가 딸린 책이 9876권으로 CD가 첨부된 책(7143권)을 압도했다. 특히 외국어 학습서 부문에서 테이프는 단연 강세를 보였다. 테이프나 CD가 포함된 6481권의 외국어 학습서 중 70% 이상인 5076권이 테이프를 부록으로 주고 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외국어 학습서는 올해 출간된 최신간조차도 테이프와 CD의 비율이 6 대 4 정도로 테이프가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MP3는 어학시장에서 오히려 천대를 받고 있다. 토익교재인 '토마토시리즈'로 유명한 능률교육은 최근 어학용 듣기자료를 MP3파일 형태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하지만 이용자는 많지 않다. '리스닝 튜터 모의고사'편의 경우 MP3파일을 다운로드받을 경우 20% 할인을 해 주고 있음에도 불구, 다운로드 매출이 테이프 매출의 5.41%에 그쳤다. 테이프를 선호하는 '아날로그 학습자'들 덕에 카세트 방식의 어학학습기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인터넷쇼핑몰 인터파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카세트형 어학학습기는 2만여대가 팔린 데 반해 디지털 어학학습기의 판매량은 1000여대에 불과했다. 특히 소니가 내놓은 3만원대 테이프형 어학학습기는 히트상품 종합순위(판매개수 기준) 19위에 오를 만큼 인기를 끌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테이프가 CD나 MP3에 비해 어학공부에는 더 편리하기 때문"이라며 "실제 CD플레이어나 MP3플레이어의 뒤로감기 기능은 편리하지만 잠시만 스위치를 누르고 있어도 30~40초나 뒤로 이동해버려 한두문장을 반복해 듣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출시된 디지털 어학 학습기는 짧은 구간을 반복 청취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별도로 구입하기에는 비싼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