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50나노 공정 16기가비트 낸드 플래시메모리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은 이번 제품 개발 의미를 "중국의 채륜이 종이를 발명한 것에 버금가는 '제2의 종이혁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손톱만한 칩에 문자 사진 음악 동영상 등을 저장할 수 있는 '디지털 페이퍼'시대가 열렸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컴퓨터 도사나 이공계학과 출신이 아니라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대체 16기가 낸드플래시메모리는 무엇일까요.


또 어떤 변화를 우리 생활에 가져다줄까요.


먼저 낸드 플래시메모리가 무엇인지를 알아보죠.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전자기기에 쓰이는 반도체입니다.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에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등 휴대용 디지털기기에 많이 쓰입니다.


특히 낸드플래시는 비슷한 플래시메모리에 비해 용량을 늘리기 쉽고 쓰기속도(저장속도)가 빨라 데이터 저장용으로 주로 사용됩니다.


디지털카메라 등에 쓰이는 메모리카드와 목걸이 형태로 걸고 다니는 USB드라이브 등이 대표적인 낸드플래시 응용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낸드플래시의 용량은 지금까지 매년 두 배씩 증가해왔습니다.


지난 99년에 256메가비트급 낸드플래시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8기가비트 낸드플래시가 나왔습니다.


낸드플래시 기술의 발달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 삶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10년 전에 많이 쓰이던 플로피디스크(1.44메가바이트급) 355장에 저장해야 했던 데이터를 지금은 껌 한통 크기의 512메가바이트 USB드라이브 하나에 저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이번에 개발한 16기가비트 낸드플래시의 용량은 어느 정도일까요.


이 제품으로 32기가바이트급 메모리카드(16기가비트 낸드플래시 16개)를 만들 경우 MP3 음악파일을 8000곡,DVD급 영화 20편,일간지 200년 분량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웬만한 하드디스크를 능가하는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셈입니다.


또 이번에 개발된 낸드플래시를 저장장치로 사용한 하드디스크 타입의 MP3플레이어나 노트북도 곧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장용량만 커진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반도체 크기 역시 줄여야 지금보다 작은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의 16기가비트 낸드플래시는 이 같은 '크기' 문제도 해결한 제품입니다.


바로 50나노 공정 기술 덕분입니다.


나노(nano)공정이란 미세한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실리콘 기판)에 만드는 기술로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를 의미합니다.


이번 16기가비트 낸드플래시를 만드는 데는 머리카락 두께의 200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회로를 줄일 수 있는 50나노 공정이 쓰입니다.


이는 작년에 개발한 60나노 8기가비트 낸드플래시에 비해 크기를 25%나 줄일 수 있는 기술입니다.


결국 16기가 낸드플래시는 기존 제품에 비해 용량은 늘리고 크기는 대폭 줄인 첨단 디지털 기기가 속속 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실제 황창규 사장은 "USB드라이브 휴대폰 MP3 등은 물론 태블릿PC 노트북 등의 저장장치가 낸드플래시로 급격히 바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아울러 "5년 내에 PC의 저장매체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서 낸드플래시로 바뀌고 2010년이면 모든 저장매체에 낸드플래시가 쓰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PC급의 저장용량을 갖춘 MP3,성냥갑 크기의 저장장치를 갖춘 슈퍼컴퓨터를 볼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 용어 풀이 >


○낸드플래시메모리=플래시메모리는 D램과 달리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도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반도체를 의미한다.


때문에 MP3나 디지털카메라 휴대폰 등 '껐다켰다'를 반복하는 제품에 주로 쓰인다.


플래시메모리는 전자회로의 형태에 따라 다시 낸드(NAND)와 노어(NOR)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이 중 낸드는 용량을 늘리기 쉽고 쓰기속도(저장)가 빠른 특성이 있고 노어는 용량을 늘리기 어려운 대신 읽기속도가 빠르다.


따라서 낸드는 주로 USB저장장치 메모리카드 등 휴대용 전자기기의 정보저장용으로 많이 쓰인다.


○나노공정=나노(nano)는 고대 그리스어의 난쟁이를 뜻하는 '나노스(nanos)'에서 유래된 말.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로 사람 머리카락 지름의 10만분의 1에 해당하는 두께다.


반도체에서의 나노공정은 원반형태의 웨이퍼(실리콘판)에 전자회로를 최대한 촘촘한 간격으로 만드는 기술을 의미한다.


즉 회로를 촘촘하게 만들 수 있어 크기는 작으면서도 용량이 큰 반도체 개발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