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업계에 '살빼기 경쟁'이 불붙고 있다.


올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디지털 기기의 슬림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는 것.


IT기기 시장이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세련된 감각의 디자인을 한 제품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슬림화에 앞선 업체는 기선제압에 이어 우위 굳히기에 나섰고, 후발업체들은 보다 더 세련된 디자인과 다기능을 앞세워 역전을 모색하는 '초슬림 2차대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 최고 격전장은 휴대폰 >



올해 초부터 슬림전쟁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는 분야는 휴대폰이다.


초슬림폰은 '갖고 다니기 편해야 한다'는 휴대전화의 기본 속성에 충실한 점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때 주춤했던 모토로라가 회심의 반격카드로 초슬림폰인 '레이저'를 내세우며 기사회생하자 여러 업체들이 초슬림폰을 내놓아 시장판도 자체가 변하고 있다.


특히 모토로라의 초슬림폰 기선제압에 맞서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한국업체들이 독자적인 개성을 지닌 제품들을 잇따라 선보이며 정면승부를 모색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지난 6월 한국시장에 두께 14.5mm의 슬림폰 '레이저'를 내놓으며 기선을 제압한 모토로라는 최근 후속모델인 '블랙 레이저'를 내놓으며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반격도 만만찮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모토로라에 정면승부를 건다는 것.삼성은 우선 슬림폰 첫 모델로 두께 14.5mm인 'V740'의 국내 마케팅을 강화하고 4분기 중 해외 시장에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슬라이드형 제품을 비롯한 슬림폰 후속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휴대폰 명가의 자존심을 세울 방침이다.


LG전자는 지난 8월 반자동 슬라이드 방식을 적용한 초박형 디자인의 '슬림 슬라이드폰(LG-SD290)'을 선보이며 슬림전쟁에 참여하고 있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17mm대 두께에 인테나 방식을 채택했다.


130만 화소가 장착된 후면은 미니디카를 연상시키는 디카룩을 채택하는 등 디자인측면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


LG전자는 4분기에는 더 얇은 초슬림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팬택계열도 슬림폰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 있다.


팬택은 지난주 포켓 슬라이드폰 '큐리텔 PT-K1500'을 KTF 가입자용으로 내놓았다.


두께 16.9mm,크기 42X90mm로 국내에서 출시된 슬라이드폰 중 가장 얇은 제품인 것.팬택계열은 포켓 슬라이드폰 출시에 앞서 최근 러시아를 시작으로 세계 시장에 '슬림 시리즈'휴대폰 4종을 내놓았다.


팬택계열은 내년 초에는 두께 14mm대의 모델을 출시,모토로라 등과 정면대결을 벌인다는 각오다.


중견 휴대폰 업체인 VK도 최근 수출용 제품으로 막대형(바타입) 제품인 10만원대의 초슬림폰(모델명 VK2000)을 선보였다.


두께 8.8mm로 국내에서 나온 휴대전화 가운데 가장 얇을 뿐 아니라 무게도 48g에 불과하다.


중국을 시작으로 유럽 동남아시아 미국 등에 100달러(약 10만원) 안팎에 판매할 예정이다.



< 노트북PC도 슬림화 바람 >



노트북PC는 이름처럼 공책만큼 가볍고 얇아지고 있다.


휴대성이 중요한 노트북 사용자가 증가함에 따라 성능이나 디자인뿐만 아니라 무게와 두께도 제품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꼽히고 있다.이 같은 추세에 맞춰 노트북 업체들은 '보다 가볍게,보다 얇게'를 외치며 슬림 노트북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니 후지쓰 삼보컴퓨터 등 일부 브랜드만 내놓고 있는 화면 크기 10인치대의 초미니 노트북 말고도 12∼14인치급 제품군에서도 슬림형이 제법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최근 광디스크드라이브(ODD)를 장착하고도 두께 1.92∼2.3cm에 무게가 1.7kg에 불과한 14인치 노트북 '센스 X1'을 선보였다.


ODD 내장형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얇다는 멀티미디어 노트북이다.


삼성 제품 중 ODD를 내장하지 않은 'Q30'시리즈는 12.1인치 화면에 무게 1.08kg,두께 1.8∼2.2cm로 더 얇고 가볍다.


한국HP도 얼마전 12인치 와이드 화면을 장착한 슬림형 노트북 '컴팩 프리자리오 B1800'시리즈를 내놨다.


HP노트북 가운데 가장 가볍다는 제품으로 두께는 2.56cm,무게는 6셀 배터리와 ODD를 더해 1.83kg에 불과하다.


도시바코리아의 '포테제 R200'도 날렵하고 가벼우면서 성능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12.1인치 액정화면에 두께 0.99cm,무게 1.29kg(0DD 제외)의 날씬한 몸체를 뽐낸다.


최대 4.5시간 정도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고 충격에 강하다.



< 디카, 더 얇게 세련되게 >



디지털카메라는 최근 부쩍 '슬림화'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올 상반기에 두께 17.3mm,무게 133g의 콤팩트 디카 '#1'을 출시하며 기존의 투박한 이미지를 벗고 있다.


후속 모델로 선보인 '#1MP3'도 MP3플레이어 기능이 추가된 슬림형 모델이다.


소니코리아의 초박형 모델인 'DSC-T7'은 두께 9.8mm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디카로 유명하다.


510만 화소급 제품으로 2.5인치 LCD창을 탑재하고 있으며 최고 1cm 접사가 가능 하다.


최근엔 목걸이처럼 세로로 세운 상태로 걸기 좋은 수직형 디자인을 채용한 'DSC-T5'도 선보였다.


두께 15~20mm에 114g의 가벼운 무게가 돋보이는 500만화소급 디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