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공기업으로 출발한 이래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던 대한송유관공사는 2001년 민영화 이후 2002~2004년 3년 연속 흑자를 냈다. 대한송유관공사가 이렇듯 대변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노사는 서로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사업의 동반자 관계'라는 인식의 전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송유관공사의 노사 관계가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민영화 논의가 한창이던 2000년 6월 노조는 민영화에 반대하며 불법 파업을 벌였다. 같은 해 8월 직원의 채용과 징계,회사 합병이나 분할 때 노조와 사전 협의해야 한다는 등 회사의 인사권과 경영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은 단체협약을 맺기도 했다. 민영화 이후 초대 사장으로 부임한 조헌제 사장이 처음 출근하던 날엔 고용 불안을 느낀 노조원들이 회사 정문을 막아선 채 40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공로 퇴직금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사관계 개선을 위해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조 사장이었다. 조 사장은 공기업 시절의 무사안일 주의에 젖어 있는 회사를 변화시키기 위해 모든 임직원들과 1 대 1 면담을 갖고 자신이 SK 임원시절 직원 교육용으로 사용했던 자료를 보여주며 경영 마인드를 심어주었다. 용역업체에 맡겼던 송유관 유지·보수 작업을 회사가 직접 하기로 하는 한편 연수원을 지어 대기업 등에 임대해 주는 인력개발 사업에도 나서 잉여 인력을 재배치함으로써 인력 감축 없는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실시해 자연스럽게 노조의 협력을 이끌어냈다. 노조의 관심사 역시 투쟁에서 회사 발전으로 바뀌었다. 이 회사 노조는 2002년부터 총 117차례에 걸쳐 업무추진혁신위원회를 열고 모두 170건의 혁신 과제를 도출,실천하고 있다. 노사 간 최대 쟁점인 임금 협약도 올해까지 4년째 무교섭 타결하고 있다. 그 결과 11년 연속 적자,부채비율 352%에 허덕이던 이 회사는 지난해 407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알짜 기업으로 거듭났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