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현 KT)은 2001년 적자부문인 114안내 사업을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공기업 경영합리화가 그 이유였다. 이에 맞서 114 안내원 700여명은 5월 초부터 경기도 분당 한국통신 본사 사옥에서 장기간 농성을 벌였다. 점거 농성은 46일간 이어졌고 이는 연일 매스컴의 헤드라인 뉴스가 됐다. 그러나 회사측은 "114 안내는 건당 원가가 220원임에도 이용료가 80원에 불과,매년 1500억원 안팎의 적자가 누적돼 있다"며 분사 강행 입장을 끝내 굽히지 않았다. 이후 한국통신의 114안내에서 독립한 한국인포데이타는 완전히 다른 회사로 재탄생했다. 노사갈등은 사라졌고 회사는 4년 연속 흑자를 기반으로 탄탄해졌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1400억원,당기순이익 120억원을 달성,국내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내 TM(텔레마케팅)업계 최초로 정부로부터 '서비스품질 우수기업'인증까지 받았다. 이로 인해 '공기업 구조조정의 성공모델'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한국인포데이타가 이처럼 눈부신 경영성과를 올린 데에는 114 번호안내 뿐만 아니라 우선번호안내서비스,대기시간광고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수익성을 대폭 높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공신으로 회사 특유의 '패밀리즘(Familism)'을 손꼽을 수 있다. 회사측은 2001년 분사 이후 시작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철폐에 나섰다. 비정규직 중 매년 5~6%씩을 정규직으로 임용하고 있으며,주식도 공평하게 배분하고 있다. 매년 실시되는 '한마음 패밀리 트레이닝(Family Training)'도 노사화합을 다지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창립 초기 파업참여자와 미참여자,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자리잡았던 불신의 벽을 허물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행사로 인기가 높다. 과장급 이상의 30%를 여성인력이 차지하는 등 남녀고용평등도 실현하고 있다. 이정훈 대표이사는 "한국인포데이타의 성공은 바로 신뢰의 힘에서 비롯됐다. 앞으로도 신뢰경영과 고객서비스에 모든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