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주式 회화'…힘을 느껴봐! ‥ 로댕갤러리, 국내회화작가 첫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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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서울 태평로에 문을 연 로댕갤러리가 국내 회화작가 개인전을 처음으로 개최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양화가 김홍주(60·목원대교수).로댕갤러리가 6년 만에 회화작가에게 개인전 기회를 준 것은 다른 요인도 있지만 회화의 독창성을 독자적으로 모색해 온 김씨의 작품세계를 인정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김씨는 오는 16일부터 '이미지의 안과 밖'을 주제로 198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그린 평면회화 40여점을 선보인다.
홍익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는 해외에서 개인전을 가져본 적이 없는 토종작가다.
극사실주의 계열에 속하는 작가는 '회화의 재현성(illusionism)'에 대해 고민했다.
즉 원근법 등을 이용해 그려진 대상이 마치 실재인 것처럼 눈을 속이는 '재현'이라는 회화 기법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80년대 후반부터 작가가 발표한 '무제'시리즈는 조감도식의 풍경화다.
1985년부터 3년에 걸쳐 제작한 대작 '무제'(국립현대미술관 소장)는 서양회화의 원근법을 무시한 채 하늘에서 대지를 촬영하듯 산과 논 인간들이 한 화면에 등장해 독특한 이미지를 창출해 냈다.
그는 90년대 후반 들어 너무나 흔한 꽃을 그림의 소재로 택했다.
무궁화 연꽃 등의 이미지를 세필(細筆)로 그린 '무제'시리즈를 잇따라 발표해 '김홍주식의 회화,다시 보기'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냈다.
그의 꽃그림은 멀리서 보면 분명 '꽃을 그렸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화면 가까이 다가가면 꽃 이미지는 사라지고 세필의 흔적만 남는다.
그의 꽃그림은 꽃 이미지를 생성하기도 하고 일순간 사라지게도 하면서 관람객들 스스로 '평면회화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김씨는 "작업을 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때우는 게 내 체질인 것 같다"고 겸손해 한다.
집중과 노동,엄청난 시간을 요하는 세필 작업으로 인해 작가는 시력과 손목장애를 앓고 있다.
24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된다.
평일 2시,4시(주말 11시,2시 4시) 두차례 무료 전시 설명회가 열린다.
10월30일까지.(02)2259-7781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