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과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두 노총을 하나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는 데 견해를 같이 했다고 한다. 노동계를 대변하는 조직이 두 개로 갈라져 선명성 경쟁을 벌임으로써 강경일변도 노동운동을 부채질한 측면이 없지 않았던 만큼 통합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두 위원장이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은 비정규직 근로자 관련 입법 문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노사관계 로드맵),오는 2007년 실시될 복수노조 허용 조치 등과 관련,노동계의 힘을 결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현실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노동계 나름대로의 전략적 필요성에 따른 것이란 이야기이지만 양대 노총의 통합은 나라경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동안 양대 노총이 세력확장을 위해 한치도 양보없는 경쟁을 펼치느라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선명성을 부각시키고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상식적 수준을 벗어난 단위 노조의 무리한 투쟁에 대해서까지 무조건 지원사격을 함으로써 노동운동이 강경일변도로 치닫는 큰 원인을 제공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노조조직화율은 10%를 간신히 웃돌아 노동계를 대표한다고 보기엔 부족한 수준인 만큼 통합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 하겠다. 하지만 양대 노총의 통합이 결코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대의원대회 결의 등 실무절차를 밟지 않으면 안되는 까닭에 격렬한 내부진통을 겪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민노총이 한국노총의 온건 노선에 반발해 생긴 조직이란 점만 생각해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이수호 위원장이 단일노총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양 노총의 즉각적 통합은 가능하지도 않고 준비도 돼 있지 않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양대 노총 지도부가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한 이상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겨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온갖 비리사건 등으로 수세(守勢)에 몰린 최근 노동계의 입장이라든가,지난 1955년 양대 조직을 하나로 합친 미국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의 사례가 보여주듯 1국(國) 1노총이 세계적 추세라는 점을 생각해 보더라도 그러하다. 그 과정에서 초래될 내부적 갈등이나 혼란은 노동계 스스로 해결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