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에 웃지 못할 기사가 났다. '남자 변호사는 돈 받고 선 보고,여자 변호사는 돈 내고 선 본다'는 내용이었다. 여자 변호사의 경우 원하는 대상의 폭이 워낙 좁은데다 정작 해당될 만한 쪽에선 여자 변호사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붙었다. 이쪽에서 마음에 들면 저쪽에서 시큰둥하고,저쪽에서 괜찮아 하면 이쪽에서 돌아서는 게 어디 여성 법조인한테만 해당되는 일이랴.중매를 서보면 분명 양쪽이 잘 어울릴 것 같은데도 한쪽에서 트는 수가 많다. 차라리 둘 다 싫다고 하면 문제될 게 없는데 한쪽에선 좋다고 하면 입장이 실로 난처해진다. '잘하면 술이 석 잔이요,못하면 뺨이 석 대'라지만 술보다 뺨이 돌아오기 십상이어서일까. 괜히 소개한다고 나섰다가 좋은 사이 껄끄러워지는 걸 피하게 된 걸까. 처음부터 신상을 확실히 알고 만나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된 걸까. 언제부터인가 친지나 동료들이 제 돈 써가며 중매서는 일은 줄어들었다. 대신 결혼중매업체에 돈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한 다음 원하는 조건에 맞는 사람들과 맞선을 보는 형태가 늘었다. 아무리 그래도 일생을 함께 할 배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건지,여성 대다수가 '결혼은 선택,일은 필수'라고 생각해서인지,청년 실업과 집값 상승으로 결혼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인지,출산과 양육에 대한 엄두를 내지 못하는 건지 초혼연령이 자꾸 늦어지고 아예 독신으로 사는 사람도 늘어만 간다. 남성의 평균 초혼연령은 30세가 넘었고,여성도 전 같으면 노처녀 반열에 들었을 27.5세에 이른다. 20대 여성의 69.3%가 결혼하지 않고 30대 미혼도 18.4%라는 마당이다. 결국 국내의 출산율은 지난해 1.16명까지 떨어졌다. 보건복지부가 중매업체 가입비를 지원하는 등 미혼 직원들의 결혼 독려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소식이다. '출산율은 자꾸 떨어지는데 뾰족한 수는 안나오니 얼마나 답답했으면'이라는 마음과 '그래도 그렇지,세금으로 공무원 맞선 비용까지 대줘야 하나'라는 생각이 엇갈린다. 어쩌다 결혼하기가 이렇게 힘들어졌을까. 답답하고 서글프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