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신포럼 2005]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작고 강한 경제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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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자 앨빈 토플러(77)는 6일 막을 올린 산업혁신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각국이 세계화를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보고 있지만 20세기 초반과 같은 역(逆)세계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국은 상품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제품을 내다파는 것에서 벗어나 교육혁명을 통해 지식 자체를 수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이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세계 경제 흐름을 ‘복잡성(complexity)’으로 요약하고,“복잡성의 시대에 옛 가치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한국 기업에는 대중(mass)이 아닌 개인(individual)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혁신을,정부에는 가치혁신과 교육혁명을 주문했다.
▶최근 세계 경제의 특징은.
"복잡성이다.
복잡성이 심화될수록 '불필요한 복잡성',다시 말해 '잉여 복잡성'(surplus complexity) 또는 '초복잡성'(super complexity)의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얼마전 자동차를 샀는데 계기판에 버튼이 49개나 달려 있고 매뉴얼은 700페이지도 넘었다.
소비자들은 첨단 기술로 인한 혜택은 반기지만 제품을 사용할 때 복잡함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기업들은 (소비자 편의를 위한) 잉여복잡성 해결을 외면하고 있어 조만간 '소비자 저항'(comsumer revolt)에 직면할 것이다."
▶잉여복잡성에 따른 소비자 저항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예를 들겠다.
여기 모인 기자들이 쓰고 있는 노트북에도 MS윈도가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윈도에 번들(묶음)로 제공되는 프로그램 중 실제로 몇 개나 사용하는가.
제품에 여러 가지 기능을 덧붙이다보니 정작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능에 최적화되지 못한다.
예컨대 자동차가 그저 잘 달리기만 하면 된다는 사람은 복잡한 전자기기를 뺀 저렴한 제품을 원할 수도 있다.
사용하기 쉬우면서 개인에게 최적화된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
차세대 기술을 활용하면 대량 생산을 통해서도 개인맞춤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기업과 소비자의 커뮤니케이션 절차도 단순해져야 한다."
▶'복잡성의 시대'에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인가.
"한국뿐 아닌 세계 여러 나라들이 문제가 생겼을 때 낡은 잣대를 들이대는 경향이 있다.
갈등에 접근할 때도 여전히 좌파냐 우파냐의 관점에서 해석하곤 한다.
경제와 기업은 초고속으로 달려가는데 정부나 관료조직은 의사결정 등 모든 분야에서 더디게 움직이다보니 속도의 괴리가 빚어진다.
속도의 괴리는 경제부문의 수요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최근 미국의 뉴올리언스 사태가 좋은 예다.
정부가 제때 대처하지 못하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주제발표에서 '역세계화'(deglobalization)의 가능성도 예견했는데.
"상당수 사람들이 세계화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며 계속 진행되리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20세기 초 거대한 세계화의 움직임이 있다가 1차 세계대전 발발 후 수십년 동안 역세계화가 진행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통합'(integration)이란 가정에만 매달리는 것은 위험하다."
▶한국 경제의 자산(assets)과 약점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 경제의 잠재력은 규모(size)다.
산업화 시대 또는 유럽연합(EU)의 지배적 경제논리는 '큰 것이 좋은 것이다'였다.
하지만 EU 25개국 중 경제성적이 뛰어난 나라는 핀란드와 아일랜드 같은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들이다.
도시국가로 부를 창출한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복잡성의 시대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면 작은 규모에 강한 경제구조를 갖춘 나라가 유리하다."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 전략은.
"한국 경제는 소수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에는 보다 많은 탄탄한 중소기업과 위험을 감내하고 혁신을 이룰 혁신가가 필요하다.
혁명경제 시대에 부(富)를 창출할 원동력은 다름아닌 교육이다.
교육을 혁명해야 한다."
▶교육을 어떻게 혁명해야 하는가.
"미국 유럽 일본의 공교육은 마치 공장 같다.
반복적으로 암기하고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등·하교를 한다.
공장에서 공장근로자를 생산하기 위한 프로세스처럼 보인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을 '개인'(individual)으로 여기고 이질성(다양성)을 인정하고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향후 경제는 혁신가들이 주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지나친 수출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는데.
"한국이 스스로 수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쉽지 않다.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가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非)수출 활동을 증가시키고 국내 경제를 강화해야 한다.
중소기업이나 벤처창업을 활성화하고 일반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서비스 분야를 키워야 한다."
▶10년후를 대비해 한국 경제가 어느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나.
"서비스와 지식수출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구촌에는 날마다 수백만명의 아이들이 깨끗한 물이 없어 죽어가고 있다.
깨끗한 물을 공급할 길을 찾는다면 큰 시장이 열릴 것이다.
미래 경제 돌파구는 하나의 비즈니스 섹터나 단일한 기술이 아닌 컨버전스(convergence·융합)를 통해 찾아야 한다.
한국은 생명공학(BT)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보기술(IT)과 BT의 컨버전스에 집중할 만하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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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빈 토플러는? ]
1928년 미국 뉴욕 출생의 미래학자.1949년 뉴욕대(영어학)를 졸업하고 5년 동안 미국 중서부 공업지대에서 용접공으로 일했다.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의 백악관 출입기자 및 편집장을 역임한 그는 1970년 출간한 '미래의 충격(The Future Shock)'으로 현대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인정받은 뒤 1980년 출판된 대표작 '제3의 물결(The Third Wave)',1990년 '권력 이동(The Power-shift)' 등으로 세계적 미래학자로 자리매김했다.
뉴욕대 등 5개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