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료 한번 지불한 곡이라면 "편집음반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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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곡만을 모은 이른바 '컴필레이션(편집) 음반'을 만들어온 음반회사들에 청신호가 켜졌다.
법원이 원곡을 수록한 음반을 최초 판매한 음반회사의 경우 해당곡의 작사·작곡가로부터 추가 허락을 받지 않고 편집음반을 제작해도 형사상 책임이 없다는 첫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음반회사에 민사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은 있었지만 형사 재판에서 음반회사의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 4단독 유영근 판사는 5일 작사·작곡가로부터 추가 허락 없이 조용필씨의 '창밖의 여자' 등 히트곡들을 재구성해 편집음반으로 판매한 혐의(저작권법 위반)로 기소된 임모 지구레코드사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작사·작곡가로부터 최초 허락을 받아 음반으로 제작한 음반회사는 그 음반을 복제·배포할 권리뿐만 아니라 그 음반에 수록돼 있는 곡을 다른 형태로 편집할 수 있는 권한까지 갖게 돼 피고인은 무죄"라고 밝혔다.
◆줄소송 분위기 전환
그동안 상당수 음반회사들은 편집음반을 제작할 경우 크고 작은 소송에 휘말릴 것을 염려해 작사·작곡가들에게 추가 이용료를 내왔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음반회사들은 편집음반을 제작하면서 형사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기를 맞았다.
실제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편집앨범을 만든 대형 음반회사들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한 36건(형사 29건,민사 7건) 중 15건(형사 12건,민사 3건)이 당사자 간 합의로 해결되는 과정에서 음반회사들은 거액의 합의금을 얹어주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와 다른 판결
지금까지 법원은 민사소송에서는 모두 음반회사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번 판결을 제외한 13건의 형사소송에서는 음반회사의 유죄를 인정,벌금형을 선고해왔다.
다만 이번 판결은 기존 대법원의 판례와 다르다.
지난 2002년 9월 대법원 1부는 작사·작곡가들의 추가 허락 없이 편집음반을 낸 뮤직디자인에 대한 저작권 침해 정지 소송에서 "편집음반을 제작할 때에는 작사·작곡가들로부터 추가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지구레코드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광장의 이은우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는 본래 곡을 판매한 음반회사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제3의 음반회사에 대해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법원이 이를 잘못 받아들여 음반회사들에 불리한 결정을 내렸지만 앞으로 법리를 제대로 해석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