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질환에는 으례 수술적 치료법밖에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나 검증됐다하더라도 적용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시술이 남용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척추질환은 신경 근육 관절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조인 데다 수술법이 수십가지가 넘어 환자들의 이해도가 낮기 때문에 이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춘성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김동준 이대 동대문병원 정형외과 교수의 도움말로 바른 치료법 선택요령을 알아본다. ○수술 필요한 사람 20% 못돼=통증이 생기면 우선 허리를 안정시키는 게 필요하다. 이어 물리요법이나 운동치료를 병행하고 그래도 호전되지않으면 신경차단술 순 등으로 치료의 단계를 밟아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척추 디스크(척추간판탈출증)에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은 돌출된 디스크가 신경근을 누르는 압력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신경에 염증이 생긴 측면이 더 강하기 때문에 통증클리닉에서 스테로이드나 국소마취제를 염증부위에 주사함으로써 효과를 볼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자기공명영상촬영(MRI)에서 디스크가 아무리 많이 튀어나왔어도 환자가 통증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면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 ○째지 않는 수술의 한계=1980년대 이전까지 척추수술은 메스로 디스크를 도려내는 방법이 주종을 이뤘으나 이후에는 수술 후 통증을 두려워하는 환자 때문에 △화학적 수핵용해술 △수핵자동절제술 △레이저수술 △고주파 열치료 △고주파 저온치료 △고주파 분해치료 등이 등장했다. 이중 화학적 수핵용해술과 뉴클레오톰은 디스크 손상 위험과 유용성 부족으로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레이저,고주파 열치료, 저주파 저온치료는 열원과 온도가 다르긴 하지만 모두 수핵을 열로 녹여 없애는 방법이다. 신경근을 누르고 있는 디스크를 녹이는게 아니라 반대편 또는 중심부의 디스크를 제거함으로써 신경에 미칠 압력을 줄여주는 간접적인 치료법이다. 많은 방어수단이 마련돼 있지만 열로 인해 신경이 손상될 위험이 상존한다. 이런 수술법들은 물리치료 신경차단술 등 비수술요법의 치료성적인 75∼80%보다 치료효과가 높아야 하는데 주류 의학회를 통해 입증된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어느 곳이든 디스크 일부를 제거하기만 하면 돌출된 디스크가 위축돼 신경을 누르는 압력이 줄어든다는 가설도 신빙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보험이라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큰 것도 말할 나위 없다. 결론적으로 이런 수술로 해결될 만한 척추질환이라면 시간이 흐르거나 운동·물리치료, 신경차단술만 받아도 얼마든지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칼로 째는 수술이 역시 확실=등쪽을 2∼3cm가량 절개한 후 문제가 생긴 디스크 부위를 절제해내는 방법이 주요 의대교수들이 시행하는 방법이다. 기구가 발달돼 숙련된 의사라면 30분 안에 마칠 수 있으며 2∼3일 후 퇴원할 수 있다. 일부 의사들이 내시경 현미경 복강경을 동원해 전신마취없이 덜 째는 수술을 하려 노력하지만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신경을 다칠 위험도 커서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게 의사들의 다수 견해다. 디스크 가운데 반드시 칼로 째야 하는 경우는 디스크 증상과 척추관 협착증이 겹친 때다. 척추관 협착증이란 말랑말랑한 디스크가 아닌 뼈나 관절이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을 압박하는 것으로 통증이 더 심하고 앉아있을때는 괜찮은데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는 특징적인 증상을 보인다. 신경을 누르는 뼈나 관절을 제거해야 하며 이 경우 척추가 불안정할 우려가 있다면 금속 나사못과 강선을 이용해 고정해주는 보완조치가 필요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