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부동산종합대책'에 광역 개발을 골자로 하는 강북 구(舊)도심권 재개발 사업 활성화 방안이 담기면서 강북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소외됐던 강북 지역에 일단 개발 호재의 '불씨'가 지펴졌다는 데 대해 강북 주민들과 현지 부동산시장은 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강북권 광역개발 청사진이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뉴타운 사업과 맞물리면서 '강북권 업그레이드'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강북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조달 등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많아 앞날을 낙관만 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팽팽한 힘겨루기로 강북권 개발이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로 전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개발 주변지역의 투기바람만 부추기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남 수준의 주거환경 '청사진' 강북권 광역개발은 우선 정부가 제정키로 한 '도시구조개선특별법(가칭)'의 큰 틀에서 진행된다. 1만평 안팎의 재개발 사업 등을 묶어 최소 15만평 이상의 대규모 재개발 지구를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기반시설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재정비사업의 공공성 강화,개발이익 환수 등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그동안 개별 소규모 재개발 사업으로는 광역 기반시설 설치에 한계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주거환경 개선도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특히 공공개발 방식으로 시행될 경우 주민동의 요건과 층고제한 완화,용적률 상향 조정 등의 '당근'제시를 통해 고밀도·초고층 주거단지 개발의 길을 열어줄 계획이다. 강북 광역개발에 소요되는 재원은 기본적으로 기반시설부담금 등을 통해 환수한 개발이익으로 충당하고 필요 시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개발 재원조달 여부가 관건 강북권 광역개발이 요지부동이던 강북 집값을 상승세로 돌려놓을 호재임은 분명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강북 개발의 방법론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급한 해결현안으로 떠올랐다. 기반시설 설치비 국고지원을 특별법에서 의무화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입장에 대해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역 개발에 필요한 재원조달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105만여평을 재개발하는 은평뉴타운의 경우 대상사업지 대부분이 국유지 또는 그린벨트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사업비가 6조원(택지개발비 3조7000억원 포함) 이상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감안할 때 최소 15만평 규모의 광역지구 개발에 1조원 가까운 돈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철 주택산업연구원장은 "광역개발의 사업규모가 커질수록 토지보상비 등 막대한 재원조달 문제가 사업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해 사업기간이 무한정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투기판 확대 우려도 정부는 강북 광역개발 지구 주변의 투기수요 방지를 위해 지구 지정단계에서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등 가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뉴타운 후보지 등 주요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지분 가격이 큰 폭으로 뛰는 등 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강북권 개발방안이 청사진 이상으로 구체화된 것이 없다는 점에서 막연한 개발 기대감으로 강북발(發) 투기바람이 또 한차례 부동산 시장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의 김남근 변호사는 "시중의 유동자금이 이제 강북 재개발 지역으로까지 몰릴 가능성이 높다"며 "개발구역 내 투기이익을 환수하는 장치가 정교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