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삶의 친구‥정만원 < SK네트웍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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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와 개방의 디지털 노마드 시대가 도래하면서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한민족의 특성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일례로 속도를 중시하는 유목민의 특성을 이어받은 '빨리빨리' 관습은 오늘날 우리를 디지털 강국으로 만든 동인이 되었다.
21세기 기술과 문화를 주도하는 한민족의 특성에는 또 무엇이 있는가? 바로 '노래를 즐기는 것'이다.
한국인만큼 가무를 즐기는 민족도 드물다.
누구나 애창곡이 있고 각종 모임에는 노래가 빠지지 않는다.
그것도 어디 조용히 부르는 노래인가? 같이 합창하며 흥겨울 때면 목청을 한껏 높인다.
대륙을 달리며 포효하던 기마 민족의 기상이 우리 피 속에 흐르기 때문이 아닐까?
노래는 열정의 발산일 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준다.
대학 시절 활동했던 동아리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혼자면 독서,둘이면 대화,셋이면 합창,넷이면 운동'.그만큼 노래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유대감을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2002년 월드컵 때 전 국민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던 비결 역시 '오 필승 코리아'라는 노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래는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호소력이 있다.
지난해 4월 창립기념일을 맞아 전 구성원이 모여 '한마음 운동회'를 했을 때다.
당시 회사가 맞은 어려움 탓에 직원들은 불안해하고 지쳐 있었다.
운동회가 끝나고 어둑해질 무렵 단상에 올라 '사노라면'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내일은 해가 뜬다.' 마음이 통해서 였을까? 어느 순간 모두 손을 꼭 잡고 목청껏 따라 불렀다.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평생 잊지 못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그때 얻은 힘 덕분일까? 회사는 단기간에 정상을 되찾았고 빠른 성장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어 9월 운동회 때 부른 노래는 '사랑으로'였다.
'아아~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가장 소중한 주위 동료를 사랑으로 아끼고 화합하자는 의미에서였다.
노래와 함께하는 삶은 예로부터 면면이 이어져온 우리의 정서다.
그리고 한곳으로 힘을 모아 잠재하고 있는 에너지를 폭발하게 만드는 촉매제다.
가정에서 또는 다양한 모임에서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 한 곡 정도는 있는 것이 좋겠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의미를 담은 노래면 더욱 좋다.
이제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분다.
글을 쓰면서 올 가을 운동회 때는 어떤 노래를 부를 것인지 생각해 본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가 절로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