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김윤규 부회장의 처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고(故) 정몽헌 회장의 유서에는 "명예회장님께는 당신이 누구보다 진실한 자식이었습니다.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에게 남긴 고인의 마지막 당부였다.
그럴 만도 했다. 김 부회장은 1989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최초로 방북했을 때부터 15년간 현대 대북사업의 핵심 참모 역할을 했다.
2003년 8월 정몽헌 회장이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뒤 2년여.현대의 대북 관광사업은 순풍에 돛 단 듯 풀려갔다.
육로가 뚫리면서 금강산엔 관광객이 몰렸고 지난달 이뤄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면담을 통해 개성과 백두산 관광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러나 활기를 띠던 금강산 관광이 다른 사람도 아닌 김 부회장 문제로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북측이 "김윤규 부회장과 관련해 관광객을 600명 선으로 줄이겠다"는 통보를 해 온 것.
북측이 '폭탄 통보'를 한 의도는 아직 분명치 않다.
김 부회장과의 의리를 지키려는 '제스처'라는 시각도 있고,개성 관광비용 협상을 염두에 둔 '현정은 회장 길들이기'라는 분석도 있다.
금강산 관광이 난관에 봉착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김 부회장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그는 개인 비리 혐의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칩거하다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된 지난 19일 이후 중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측과도 연락을 끊고 언론과도 일절 접촉하지 않고 있다.
북측의 태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현대측도 김 부회장의 행보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 부회장이 중국 현지에서 북측에 선을 대 자신의 구명운동을 펴고 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물론 김 부회장으로선 억울한 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처신은 30여년간 그가 몸담아온 현대그룹은 물론 남북관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로 축소된 금강산관광을 정상화시키는데 몸을 던지는 것이 맞다.
많은 사람들이 '대북사업 산증인'의 현명한 처신을 기대하고 있다.
류시훈 산업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