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개인비리 문제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거취를 문제 삼아 금강산관광객 수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29일 통보함에 따라 현대그룹의 대북 관광사업이 중대한 기로에 봉착했다. 이번 경우는 특히 북측이 사업 파트너인 남측 기업의 인사문제를 관광사업에 연계시킨 것이어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측 왜 이러나 현대아산의 파트너인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측은 개성 시범관광을 하루 앞둔 지난 25일 금강산에서 현대아산 사업소측과 만나 금강산 관광객 수를 600명 선으로 줄이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윤규 부회장이 지난 19일 해임됐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숨기지 않았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대북사업 초기부터 북측과 인연을 맺어온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데 대해 섭섭함과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강산관광에만 김윤규 부회장 거취 문제가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것.북측이 이 같은 통보를 해온 다음 날 예정대로 개성 시범관광이 이뤄진 점에 비춰,'김윤규 변수'가 대북 관광사업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다음 달 2일과 6일로 예정된 2,3차 개성 시범관광과 9월 말로 계획된 백두산 시범관광도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회사측은 덧붙였다. ◆"비리 인물이 발목 잡나"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북측이 남측 사람들이 입을 피해를 뻔히 알면서도 비리 혐의로 물러난 인물을 비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실시된 현대그룹 경영감사에서 △금강산 제2옥류관 공사 과정에서 수억원대의 리베이트를 받고 △북측에서 달러를 밀반출하다 적발됐으며 △회사 돈을 개인적인 일에 사용한 점이 적발돼 지난 19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 이번에 적발된 비리혐의 뿐만 아니라 김 부회장이 정몽헌 회장 사후 대북사업에서 전횡을 일삼아 왔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특히 지난해 금강산에서 열린 현대그룹 신입사원 수련회에서도 부인을 대동,마치 현대그룹의 오너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위세를 부렸다"는 게 현대그룹 안팎의 설명이다. 때문에 현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한 뒤 대북사업을 꼼꼼히 챙기기 시작하면서 미묘한 갈등 관계를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은 비리 혐의가 언론에 불거진 이후 칩거하다 지난 19일 중국으로 출국,북측을 상대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대북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만일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다면 지금까지 이뤄 놓은 공적까지 한꺼번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규모 예약 취소 환불 사태 북측의 통보로 최대 성수기인 9∼11월 초 관광을 예약했던 사람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이날 9월1∼15일 당일 및 1박2일 관광을 예약한 9000여명에 대한 예약취소 방침을 각 여행사에 통보했으며 예약취소자에 대해서는 전액 환불 조치키로 했다. 그러나 15일까지 현대측과 북측이 관광 정상화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고 관광 축소가 장기화될 경우 피해자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현대아산은 10월 말까지 예약을 받아 놓은 상태여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3만명 이상이 가을철 금강산 관광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금강산관광 축소 운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몰라 일단은 9월15일까지만 취소를 받고 있다"면서 "수학 여행단은 다른 곳으로 갑자기 일정을 바꾸기도 어려워 학생들에게 금강산 관광 등에 대해 나쁜 인식을 심어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