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일 동일토건 회장(67)은 내달 9일 국내 업체로는 최초로 중앙아시아 사회주의 국가인 카자흐스탄에서 한국형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개장하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에 본격 착수한다.


대형업체도 아닌 중소업체가 중국이나 베트남 등 가까운 나라가 아닌 12만리나 떨어진 곳까지 찾아가 아파트를 짓는 모험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 회장은 국내 주택건설업체의 기술력을 감안할 때 토목과 플랜트에 이어 이제는 '아파트 수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 수출은 단순한 해외건설시장 개척 차원이 아니고 '한국의 주택문화를 수출'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자부심이다.


고재일 회장은 요즘 착잡한 심정이다.


온 나라가 부동산 문제로 시끄럽고 정부는 메가톤급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부동산 시장의 한 주체로서 마음이 편할 리 없다는 그는 "집값 얘기가 나올 때마다 마치 죄인이 된 듯해 괴롭다"고 말했다.


그때마다 "주택건설업체들도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국가가 정책적으로 키워주는 기업으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여건이 쉽지 않아 고민만 깊어간다고 털어놨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그는 "주택건설업을 국가 성장엔진 산업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는 소망과 열정을 간직하고 있다.


"외국서 돈을 많이 벌어오면 그 때는 주택건설업체도 애국 기업으로 평가해 주겠죠"라는 게 그의 강변이다.


그는 이미 수년 전부터 해외시장 진출 계획을 세우고 준비해 왔다.


2년 전부터는 직접 경쟁이 없고 고(高)수익이 보장되는 '블루오션'형 주택시장을 찾아 세계 각국을 헤매고 다녔다.


그 결과 첫 사업지로 카자흐스탄의 새 수도인 아스타나를 점찍었다.


석유수출국가여서 최근 몇 년간 오일달러가 풍부해진데다 고급주택 수요가 급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답지 않게 시장경제 환경도 잘 갖춰져 있었다.


반면 구(舊)소련 시절 날림으로 지은 주택이 대부분이어서 주거환경은 열악하고 현지 업체들의 기술력 수준도 낮았다.


그럼에도 옛 수도인 알마티의 집값은 평당 한화 550만원에 달했다.


1인당 국민소득 5000달러를 감안할 때 결코 낮은 집값이 아니었다.


이 정도라면 국내 주택업체가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고 회장은 1년여의 치밀한 시장조사를 통해 마침내 수도 아스타나 중심지에 6만여평 규모의 고급 주상복합단지를 건설하게 됐다.


고 회장은 "지난 2년간 카자흐스탄을 30여차례 방문하며 현지 관계자들의 신뢰를 얻는데 주력한 결과"라고 회고했다.


동일하이빌 아파트가 들어설 곳은 아스타나 중심부에 자리잡은 대통령궁 앞 마기스트랄가 12번지다.


국내로 치면 광화문 한복판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이 곳에 오는 2009년까지 최고 30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와 오피스텔,쇼핑몰 등으로 이뤄진 복합단지를 건설하게 된다.


공급될 아파트는 3000여가구,총사업비는 9억달러 수준이다.


고 회장은 한국형 아파트의 현지화를 위해 설계부터 카자흐스탄측의 요구사항을 세심하게 반영했다.


아파트의 골조공사만 마치고 분양하는 카자흐스탄 업체들과는 달리 인테리어까지 마무리해주는 한국의 주택공급 방식도 선보이게 된다.


여기에다 '한국형 온돌'도 적용한다.


화장실과 주방 등에 온돌을 깔아서 영하 30도 추위에도 따뜻하고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반응이 좋으면 온돌시공 분야를 점진적으로 늘려 한국 주택문화의 우수성을 카자흐스탄에 전파할 계획이다.


고 회장은 "카자흐스탄의 이자율이 현재 15%이니 투자수익률은 이보다 높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한 뒤 "특히 카자흐스탄은 국유지를 사유화하는 과정에서 땅값이 매년 50% 이상 상승하는 곳이 수두룩하기 때문에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들도 큰 수익을 얻을 것"이라며 동일토건과 현지 투자자들의 '윈-윈'을 확신했다.


업계에서도 반신반의하는 동일토건의 카자흐스탄 진출에 대해 고 회장은 "그동안 국내시장에서 검증받은 노하우와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시장에서도 항상 남들과 다른 차별화와 독창성으로 시장을 개척해 왔다.


지난 1999년 국내에서는 사실상 최초로'지상에 주차장이 없는 아파트단지'를 선보여 대히트를 쳤다.


이후 주차장의 지하화는 주택업계의 트렌드가 됐다.


고 회장은 50대 중반까지는 잘 나가는 회계사였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야 실수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지난 90년 동일토건·동일하이빌이란 주택업체를 설립,전혀 다른 분야인 주택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부침(浮沈)이 심한 주택업계에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며 동일하이빌을 시장에서 알아주는 브랜드로 키웠다.


회사 임직원들은 고 회장의 전격적인 카자흐스탄 시장 진출도 그의 치밀한 계산 및 과감한 승부사적 기질과 무관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그는 이번 카자흐스탄 사업을 시작으로 터키 등 국내업체의 미개척지인 '블루오션 시장'으로 끊임없이 진출할 계획이다.


고 회장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무척 힘든 게 사실이지만 언제까지나 국내시장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며 "10년 뒤 국내 주택건설업체들이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스스로에게 숙제를 던졌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1939년 경기 고양 출생


▷1965년 국민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69년 공인회계사 개업


▷1973년 성림화학주식회사 전무


▷1980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석사 이수(재무론)


▷1982년 대원회계법인 책임회계사


▷1982년 동서회계법인 책임회계사


▷1986년 삼경합동회계사사무소 대표회계사


▷1990년 동일주택 대표 및 주식회사 동일토건 사장


▷2004년 ㈜동일토건 대표이사


▷2005년 ㈜동일토건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