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광복 60주년을 맞아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는 각종 통계자료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몇 백배로 뛰고 자동차 생산량이 얼마나 늘고 등등 한마디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지난 60년,땀에 얼룩진 우리들의 '빛나는 얼굴'을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맨주먹으로 이룩한' 것들에 대한 뿌듯함과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어야 할 우리들의 표정은 왜 이토록 우울한 것인가?


1만달러 소득시대 진입을 노래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2만달러 시대는 까마득해 보이고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은 민족 공동체의 앞날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나라의 전체 발전방향에 대해 민의를 모으고 비전을 제시하며 민족의 힘을 하나로 결집시켜야 할 정치권은 그 자체가 '이익집단'화 하거나 아니면 시중의 언어와는 상관없는 공허한 '천상(天上)의 언어'만 날리고 있다.


정말 위기다.


이젠 나라 걱정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걱정거리가 되었다.


이런 무수한 이들의 생각을 대변하듯 오세훈 변호사 외 7명의 내로라 하는 식자들이 이런 위기국면을 타파할 수 있는 지혜들을 모아 보았다.


'우리는 실패에서 희망을 본다'(오세훈 외 지음,황금가지)란 책의 부제는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이다.


그들은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라도 생각을 모아 보자.어렵고 힘들수록 희망이 필요한 것 아닌가?"


이 책은 관념적 고민의 산물이 아니라 8명의 필자들이 경험했던 것에 대한 구체적 고민과 성찰을 담고 있다.


2만달러 문턱에서 좌절했던 나라들,또는 중국이나 라틴아메리카와 같이 격변의 와중에서 우리가 겪었음직한 혼란과 기대과잉 등을 경험한 나라들의 예에서 우리의 길을 모색할 뿐 아니라 아일랜드나 네델란드,핀란드 등의 이른바 강소국에서 우리의 미래 국가발전 전략을 찾아 보고자 하였다.


제1부 '실패에서 배운다'가 이처럼 필자들이 경험했던 나라에서 교훈을 찾고자 했다면 제2부 '강한 한국을 꿈꾼다'에서는 21세기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외교 통일 인권 복지 리더십 분야로 나누어 고찰하고 있다.


그리고 위대한 나라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국가적 아젠다와 정권적 아젠다를 구분할 것'을 충고하고 있다.


대표집필을 맡은 오세훈 변호사는 이렇게 호소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이 순간 무엇이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지에 대하여 생각이 흩어져 있다.


젊은이들의 생각과 인생목표가 온통 안정된 직장과 아파트 평수 늘리기에 있는 나라에 희망은 없다.


우리 자손들이 살아가야 할 조국의 미래에 대하여 함께 토론하고 생각을 모아보자."


332쪽,1만5000원.


정범구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