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 글로벌 기업 '멀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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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유통기업을 선언한 국내 유통 1,2위 롯데와 신세계 간 상호비방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롯데타운과 신세계 신관을 오픈한 두 회사는 국내 한 중소 여성복 브랜드 유치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상대 흠집내기 폭로전을 벌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여성의류 브랜드 오브제는 최근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에 신규 브랜드인 '오즈세컨'과 '루즈 & 라운지' 매장을 열기 위해 신세계측과 협의하다가 막판에 '포기'했다.
이에 신세계는 오브제측에 책임을 물어 모든 매장에서 철수하도록 강요했다가 오브제의 간곡한 요청으로 강남점과 인천점에서만 매장을 빼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브제가 신세계 신관 입주를 포기한 것은 롯데와 신세계 간 치열한 유치 경쟁으로 압박을 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측은 이를 두고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고 있다.
신세계측은 "롯데가 오브제측에 신세계 신관에 입점하면 22개 전 점포에서 빼버리겠다는 식으로 입점 저지 공작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롯데측을 비난했다.
이정민 매입담당 과장은 "오브제측이 이런 사실을 알려줘서 알게 됐다"며 "경쟁업체나 입점업체로선 이익을 위해 그럴 수 있다지만 신사적인 행동은 아니어서 서운한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롯데측은 "절대 점포를 빼겠다면서 압박을 한 사실이 없다"며 "날조된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현재 오즈세컨은 롯데본점에 입점해 있으며 루즈 & 라운지는 지난 20일 롯데 잠실점에서 문을 열었다. 지난 94년 창립한 오브제는 올해 54억원의 당기순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기업이다. 양 유통업체가 반드시 매장을 확보해야 할 만큼 중요한 여성브랜드는 아니라는 게 의류업계의 설명이다. 오브제는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성장한 것은 롯데백화점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롯데백화점 입점을 계기로 승승장구하게 된 것. 롯데로선 이러한 브랜드가 경쟁업체 본점에 입점하는 걸 꺼렸고 신세계측은 이를 경쟁업체의 횡포로 보고 상당히 서운함을 느끼던 차에 폭로전으로 번졌다는 얘기다.
사태의 당사자인 오브제 풍경석 이사는 "신세계 입점을 포기한 건 매출이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내린 경영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신세계 신관 개관때도 양측 간 비방전은 치열했다. 신세계가 지난 10일 본점 신관의 개점 첫날 업계 최고의 매출고를 올렸다고 자랑하자, 롯데는 이는 '프리 오픈'(우수고객을 상대로 미리 개관하는 것) 이틀치 매출을 더한 계산이라며 '거짓말'이라고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급기야 롯데 오너가의 신세계 폄하설이 나도는 등 양사의 신경전은 선의의 판촉경쟁을 넘어 글로벌기업과는 거리가 먼 추태로 번졌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