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미국 웨스팅하우스 인수를 추진키로 한 것은 원천기술 없이 원전설비만 제작하는 사업에 확실한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최근 중국 원전 시장 단독진출에 실패하면서 아무리 세계 최고의 원전설비 제작능력을 갖췄어도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세계 메이저 업체로 올라설 수 없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는 것이다.


때마침 중국이 대대적인 원전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고유가 행진으로 미국 등이 다시 원전 건설에 나서기로 하는 등 원전시장이 크게 확대될 움직임이어서 과감한 베팅으로 웨스팅하우스를 인수,원천기술을 손에 넣겠다는 각오다.


◆원천기술 숙원 이룬다


두산중공업은 1970년대 말부터 영광 5~6호기,울진 5~6호기,신고리 1~2호기 등 다양한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원자로 발전터빈 등을 제작,납품했지만 웨스팅하우스에 막대한 기술료를 지불해야 했다.


두산은 특히 지난해 중국의 신규 원전 프로젝트 입찰에 단독 참여했다가 원천기술이 없어 쓴잔을 마신 뒤 원천기술을 가진 웨스팅하우스를 등에 업고서야 중국 시장에 발을 담글 수 있었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는 정보기술(IT)업계로 치면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에 견줄 만한 회사"라며 "이 회사를 인수하면 한국이 단숨에 원전 원천기술 보유 국가로 도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세계 원전시장 장악한다


두산중공업이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면 미국의 GE,캐나다의 AECL,프랑스의 프라마톰 등과 함께 원전기술 및 설비분야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게 된다.


무엇보다 세계 원전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두자릿수 이상 급팽창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터.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에 2020년까지 40여기의 원전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화력발전의 비중을 낮추고 원전의 비중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최근 지속되는 고유가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규제하는 교토의정서 발효 역시 원전시장의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한동안 원전 건설을 중단했던 미국 정부도 최근 원전 건설 재개를 선언했다.


◆자금조달에도 자신 있다


박용성 두산 회장은 지난달 "세계적인 저금리로 자금조달이 용이하고 자금을 빌려주려는 금융회사도 수두룩하다"면서 추가적인 기업 인수합병(M&A)에 문제가 없음을 시사했다.


실패했지만 진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것도 궤를 같이 한다.


물론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원전기술이 국가 기간산업에 해당되는 만큼 미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중요하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미국 업체와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에도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