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반도체산업은 모두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부문에서 부동의 1위를 확보하고 있고 하이닉스도 선전하고 있다. LCD 부문도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 세계 최대 수요업체가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장비업체는 아직도 영세한 단계다. 국내에서 장비 매출 규모가 가장 큰 당사의 경우만 보더라도 지난해 매출 2048억원,올해 3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연간 수조원의 매출을 내고 있는 미국의 AMAT,일본의 TEL 등과 비교하면 아직도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더욱이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이 궁극적으로는 장비산업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볼 때 이 같은 국내 장비산업의 수급 불균형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첫째,독자 제품 개발에 따르는 소프트웨어 기술 발전과 둘째,연관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며 셋째,정밀기계공업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반도체 장비시장은 5조3000억원 규모로 급증했으나 국내 장비생산은 1조3000억원에 그쳤고 국산화율도 2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장비 의존율이 70% 이상인 셈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은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설비투자 절감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당연히 소자업체들은 싸고 성능 좋은 장비를 원한다. 이런 까닭에 잘나가는 장비업체라 할지라도 순이익률이 많아야 5~8%대 수준이다.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업체들도 많다. 이제 국내 장비업체들도 저가 공세에서 벗어나 고성능,고품질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해야 할 때가 되었다. 시작이 늦었다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수요업체의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다기능 고품질의 신개념 장비를 개발하고,이를 무기 삼아 시장에 나서는 것이 세계 일류가 되는 지름길이다. 외국의 선진 장비업체와 견줄 만한 국내 장비 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현재 각 공정별로 가장 앞서 있는 업체를 선택,집중해야 한다. 정부의 부품소재 기술개발 프로젝트 사업자 선정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크다고 하는 기업도 아직 세계 선진업체에 비하면 △기술 △자금 △마케팅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우선 경쟁력 있는 회사의 외형과 역량을 더 강하게 키워서 글로벌 경쟁의 대표주자로 내세우고,그 다음에 그 메이저업체를 중심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때 장기적으로 후발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소자산업과 장비산업의 동반성장.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제 우리도 세계적인 규모의 장비업체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