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몫은 자기가 내자는 '더치페이 캠페인'이 조용한 혁명(革命)을 이끌고 있다. 전경련 기업윤리임원협의회는 신세계가 실시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 운동을 윤리경영 차원에서 재계 전체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개혁이니 혁신이니 하는 거창한 구호보다 이런 작은 실천에 눈을 돌려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 캠페인을 실시한 신세계는 사내외 공식ㆍ비공식 모임뿐만 아니라 협력회사와의 업무협의 과정에도 적용했다고 한다. 더치페이를 야박(野薄)하게 여기고,특히 협력회사와의 관계에서 리베이트나 접대가 관행처럼 돼 있는 현실에서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협력회사가 일방적으로 접대비를 계산하면 그 절반을 경비로 처리토록 하는 동시에 2회 이상 어기면 불이익을 주는 공문까지 발송하는 등 캠페인의 의지를 보여주자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비리 발생의 소지가 줄어든 대신 업무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접대비 축소 등으로 비용이 크게 절감되는 등의 성과가 나타났음은 물론이다. 이런 캠페인은 왜곡된 접대관행을 깨는데에만 절실한 게 아니다. 자기가 지불해야 할 몫을 남에게 전가하는 행태는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부정부패는 그 당연한 귀결이다. 이런 운동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 나가야 하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기업이든 정치든 각자 자기의 역할을 다하는 것도 일종의 더치페이다. 신세계의 캠페인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거대 담론에만 에너지를 쏟아붓고 정작 각자 마땅히 해야 할 역할에 소홀(疏忽)한 것은 아닌지, 또 일거에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고 과욕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이번 기회에 되돌아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