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가 돌파 행진을 거듭함에 따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국내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국내 원유 도입물량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연초 배럴당 30달러대에서 최근들어 57달러선까지 넘어서면서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올 1·4분기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2.7%대로 주저 앉았으며,2분기 성장률도 3.3%에 그쳤다.


무역수지 부문에서도 이미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14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78억달러)에 비해 34억달러(19%)나 줄어들었다.


수출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원유 도입을 위해 지출한 돈이 워낙 급증한 탓이다.


올 들어 7월까지 우리나라가 외국으로부터 원유를 사들이기 위해 쓴 돈은 20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나 늘었다.


아직까지는 안정돼 있는 물가 역시 상승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마음을 놓기가 쉽지 않다.


정부도 전기요금이나 연탄가격 등의 인상을 당장 추진하지는 않겠지만 인상압박은 상당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여건을 반영,두바이유 가격이 60달러를 넘어서면 성장률이 3%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은 에너지 다소비형인 우리 경제 구조를 바꿀 좋은 기회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마치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기업들과 금융회사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듯,이번 고유가 위기도 잘만 활용하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을 더욱 튼튼히 할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자원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는 중장기 과제를 제시해 놓고 있다.


우선 에너지절약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ESCO(에너지절약전문기업)지원제도를 운영 중이다.


또 해외 유전개발을 촉진하는 유전펀드 도입을 추진 중이며,석유 등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연료전지 등을 집중 활용하는 수소경제로의 전환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범정부 차원의 고유가 위기 극복운동에 공기업이 적극 앞장서고 있다.


한국전력 수력원자력 남동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수자원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9개 공기업은 지난달 정부와 협약을 맺고 신·재생 에너지 개발사업에 3년간 1조1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투자가 마무리되면 태양광 풍력 조력으로 전력 등 에너지를 생산,매년 원유 159만배럴을 대체하고 876억원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공사는 18일 서산 여주 거제 동해 등 4곳에 석유비축기지를 완공,석유 저장능력을 9550만배럴에서 1억1620만배럴로 2070만배럴 확충했다.


석유공사는 2007년까지 2980만배럴을 담을 수 있는 비축기지를 추가로 준공,석유 비축량을 55일분에서 88일분으로 늘릴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키로 했다.


가스공사는 올 들어 예멘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에너지회사와 천연가스 공급계약 협상을 유리하게 타결,향후 20년간 126억달러를 아낄 수 있게 됐다.


석유공사 한전 광업진흥공사 KOTRA 등 4개 공기업은 유전개발 등 해외사업에 적극 협력,에너지 자급률을 높이는 데 공동전선을 구축키로 합의했다.


한전은 경영혁신을 통해 국제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한전은 1982년부터 지금까지 7차례 전기요금을 올렸지만 11차례나 내려 사실상 전기요금을 인하해 왔으며,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은 일본과 비교해 대폭 낮게 유지해 왔다.


이 같은 공기업들의 주도로 민간기업들도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들은 전력소비가 적은 전자기기를 만들기로 정부와 협약을 맺었으며 백화점 등 에너지 다소비업체들도 에너지 절약에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정에서도 여름철 전기를 5% 이상 아껴 현금보상을 받는 가구가 지난해엔 1만3000가구에 불과했으나 올해엔 3만5000가구로 증가하는 등 에너지 절약 붐이 조금씩 조성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