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의 목소리와 얼굴을 재산으로 인정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류(韓流)산업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광장의 남형두 변호사(41·사시 28회)는 최근 대표적인 한류가수 보아와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대표 등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 토론회에서 "한국은 아직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또 "퍼블리시티권을 입법화하지 않으면 최근 속출하고 있는 짝퉁 한류를 근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퍼블리시티권은 유명인의 이름과 얼굴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다. 인격권에 속하는 초상권보다 훨씬 강력하게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재산권의 일종으로 현재 국회가 입법을 추진 중이다. 남 변호사는 "최근 중국 등에서 한류 스타의 사진이나 음반이 불법으로 유포되고 있지만 이에 대처할 국내법이 없다"며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법을 제정하면 상대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해 퍼블리시티권 종주국인 미국처럼 엔터테인먼트 강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 변호사가 퍼블리시티권과 인연을 맺은 것은 적과의 싸움에서다. 10여년 전 미국 유명 영화배우 제임스 딘의 유족들이 '제임스 딘'이라는 속옷 브랜드로 한창 잘 나가던 국내 한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피고측 대리인으로 참여했을 때 처음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개념을 들은 것.남 변호사는 그때부터 퍼블리시티권 분야를 파고들어 98년에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7월에는 같은 학교에서 똑같은 주제의 박사 논문이 통과돼 퍼블리시티권 국내 박사 1호에 올랐다. 남 변호사는 "단순한 지적 호기심 차원에서 이 쪽 분야를 공부하게 됐는데 우연히 퍼블리시티권 관련 논의가 최근 급증하고 있어 토론회 단골 손님이 됐다"며 "앞으로 프라이버시와 퍼블리시티권 등 개인 정보에 관한 법률을 통합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