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항공업계가 고유가로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전 세계 항공사들은 2001년 9·11테러에 이어 이라크전쟁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 4년간 360억달러(약 36조원)의 누적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도 고유가에 따른 연료비 부담 급증으로 60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볼 전망이다. 국제항공운수연합(IATA)은 최근 세계 항공사들의 올해 연료비 부담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증가한 830억달러(약 83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IATA는 올 들어 업계 적자 예상액을 5월 55억달러에서 6월 60억달러로 계속 높여 잡고 있으나 유가상승 속도가 워낙 빨라 적자 전망을 내놓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유럽 항공사들은 2003년부터 매년 인건비를 2∼3%씩 줄여간다는 목표 아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노조의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 최대 항공사인 브리티시항공은 지난 3년 내내 여름 성수기마다 파업을 겪은 데 이어 이달 10,11일에도 1000명이 기내식 외주업체 감원에 따른 동조파업을 벌여 런던 히드로공항을 출발하려던 이 회사 여객기 535기가 모두 결항되고 승객 7만여명의 발이 묶였다. 항공료 인상으로 수익성을 만회하려는 전략도 한계에 왔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 항공사들은 지난주 참아왔던 요금인상을 단행했으나 인상폭은 국내선 왕복 기준 10∼20달러를 넘지 않았다. 저가 항공사들의 출현으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섣불리 항공료를 크게 올렸다가 시장 점유율만 잠식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