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 < LG전자 상무 jqueen@lge.com >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많은 디자인의 모티브를 얻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회화를 과학의 일부로서 관찰의 수단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의 해부학적인 관찰은 자연물을 관찰함으로써 수많은 과학적 원리를 발견하고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인간은 앵무조개껍질의 나선과 벌집,사람의 신체,해바라기씨의 배열에서 황금비율을 얻었다. 현대에 와서는 명함이나 전화카드의 좌우 길이의 비례 같은 사소한 데까지 이를 적용하고 있다. 옷가지에 달라붙는 엉겅퀴 풀 씨앗 구조에서 벨크로(일명 찍찍이)를 고안해냈고,물고기와 새를 보고 잠수함과 비행기를 만들 수 있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꽃,풀,새 또는 인물을 무늬로 인쇄하거나 조각해 가구와 실내장식에 활용했다. 정교한 조각과 인쇄기술을 필요로 했던 우수한 디자인들은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급격히 현대화돼 갔다.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친 현대화에 대한 찬사는 기계로 찍어낸 예술작품의 모조품보다는 차라리 기계로 만들었음을 강조하는 직선적이고 깔끔한 표면에 강렬한 색상을 적용하는 등의 현상으로 디자인 전반에 나타났다. 모더니즘을 강조한 디자인이 대세를 이루면서 대량생산되는 수많은 제품은 자연물에서 기인한 형태보다는 기계미학을 강조한,기계로 만들기 쉽고 설계하기 쉬운 형태가 주를 이루게 된 것이다. 하지만 모든 가구가 반듯한 모서리만을 가지고 있고,방안의 벽지 색깔이 화려한 원색뿐이라면 뭔가 편안하지 못하고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실제로 우리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는 주위의 물건들을 살펴보면 좀 더 부드럽고 완만한 형태를 띠며,색상은 자연에 존재하는 것과 같이 조금은 바랜 듯하고 연한 것이 대부분이다. 자연 친화적인 색상과 재료에 인간이 편안함을 느낀다는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사실은 널리 알려졌고,최근 웰빙 바람의 주축을 이루며 그 영향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자연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배우며 자연과 친해지려는 노력을 통해 디자인된 제품,즉 친환경적인 에코디자인(Ecological Design)이 인간에게 보다 큰 편안함을 준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