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주택투기 억제를 위해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크게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보유세 강화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또 실수요자인 1가구1주택자에 대해선 보유세 부담을 덜어주고 현행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오는 8월 말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여론 수렴을 위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개최한 '부동산 세제개편과 개발이익 환수 방안' 관련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문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는 정작 당·정의 대책안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채 이뤄져 "공허한 토론이었다"는 지적에서부터 "진정한 여론 수렴이 아닌 요식행위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열린우리당은 12일엔 '주택공급 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공청회를 한번 더 열 예정이다. ◆보유세 강화와 집값 안정은 무관 공청회에서 노영훈 조세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주제 발표를 통해 "정부가 주택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 주택 보유세 실효세율(집값 대비 세금비율)을 높이겠다지만 보유세를 올린다고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요 도시의 재산세 실효세율과 최근 5년간 집값 상승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보유세 부담과 집값 사이엔 상관관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코네티컷주 브리지포트 시는 실효세율이 3.86%로 매우 높지만 지난 5년간 집값 상승률이 65.38%에 달해 실효세율이 0.56%로 크게 낮은 콜로라도주 덴버 시의 5년간 집값 상승률 31.66%를 크게 웃돌았다. 노 연구위원은 "따라서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는 조세 형평을 위해 개선해야지 투기 억제의 수단으로 동원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조세 형평을 위해 부동산 보유세를 올리려면 주택 종부세가 아니라 토지 종부세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종부세의 가구별 합산 과세와 관련,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은 "여러 주택을 가족 명의로 나눠 소유해 종부세를 교묘하게 피하는 걸 막기 위해 가구별 합산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손광락 영남대 교수는 "가구별 합산 과세를 위한 행정 비용에 비해 실익이 크지 않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1주택자 세부담 줄여야' 중론 보유세든 양도세든 1주택 소유자에 대해선 세금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전문가들의 견해가 같았다. 노 연구위원은 "종부세를 올리더라도 1주택자에 대해선 어떤 식으로든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양해근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 실장도 "종부세 강화는 2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폐지 논란이 일고 있는 '1가구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혜택'에 대해서 현행 틀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노 연구위원은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에 따른 부동산 거래 신고 누락을 보완하기 위해선 1주택자의 양도 차익을 전액 세액공제해 줘 지금처럼 세금을 물리지 않되 신고 의무만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양도세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이 크게 올라간 점을 고려해 양도세율을 낮추는 걸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병석·김인식·안재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