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대북사업 차질 빚나' 촉각 ‥ 김윤규 부회장 비리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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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대북사업과 관련된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개인 비리를 적발,그에 대한 제재를 검토 중이다.
북한과의 비즈니스에서 실질적인 창구 역할을 해 온 김 부회장의 거취가 불분명해짐에 따라 현대의 대북사업에도 적잖은 타격이 우려된다.
현대그룹은 8일 "내부 감사 결과 김윤규 부회장의 남북 경협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부 개인적인 문제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현대는 구체적인 감사 결과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보강 감사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적절한 조치에는 김 부회장이 그동안 남북경협 사업에 기여한 공로와 더불어 향후 역할 등도 고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비리인가
현대그룹은 지난 7월부터 전 계열사에 대한 그룹 차원의 경영 감사를 벌여왔다.
'정기 감사 성격'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첫 감사 대상을 현대상선 등 그룹 주력 계열사가 아닌 현대아산으로 잡은 점으로 미뤄 그룹측이 김 부회장의 비리 내용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현대는 김 부회장의 비리 내용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현대측은 김 부회장이 금강산 온정각 시설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개인 자격으로 관여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통일부 등에 따르면 김 부회장의 비리는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 부회장의 개인 비리가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정각 편의시설을 지인들에게 특혜분양했다는 의혹 이외에 냉면집인 옥류관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수억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정은 회장 친정체제 강화
이번 사태로 현정은 연대그룹 회장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계열사 경영은 CEO들에게 대부분 맡길 것"이라고 말해왔다.
권한을 주는 만큼 책임도 묻겠다는 의미였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부회장의 개인 비리를 적발한 이번 감사에서도 현 회장의 이 같은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룹 경영전략팀 최용묵 사장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감사는 4년여 만에 이뤄진 것.그룹 조직이 대폭 축소된 2001년 6월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실시된 대대적인 감사인 셈이다.
현 회장은 김 부회장의 거취를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측은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남북 경협이 본격화되는 매우 중요한 시점임을 감안해 부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해 일정한 역할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부회장에게 일정 역할을 맡기더라도 앞으로 대북사업은 현 회장이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대북사업 차질없나
지난달 현 회장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면담으로 대북사업의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판단했던 현대그룹은 '김윤규 스캔들'이 언론을 통해 불거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성 시범 관광과 백두산 관광 추진 등으로 대북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던 터에 터져나온 악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측은 일단 북측과 약속한 내용은 차질없이 지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김 부회장의 거취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윤만준 사장 주도로 개성 시범관광,백두산관광 답사,내금강 시범관광 답사 등을 북측과 협의해 예정대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북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북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인사가 불미스런 일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정부 지원 등의 문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고 전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