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입장차가 마지막 순간까지 평행선을 달린 회담이었다. 이번 회담의 목표였던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과 해결 경로를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한반도 핵 문제는 북한과 미국의 합의없이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는 현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 자리였다. ◆'평화적 핵 이용'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북한과 미국 모두 평화적 핵 이용 권리가 모호하게 처리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의 핵 폐기 범위를 '모든 핵무기와 핵 관련 프로그램'이라고 규정,북이 어떠한 형태의 핵 프로그램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려 했고 북한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북한은 평화적 핵 이용은 모든 주권국가가 가지는 당연한 권리라는 논리를 폈고 미국은 북한이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위반한 전례를 들며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북한의 평화적 핵 권리는 북·미 간 신뢰관계가 쌓이고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인된 후 국제규범에 따른다는 타협안을 제안했지만 이 역시 양측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향후 회담도 불투명 결론적으로 이달 말 속개되는 회담에서도 공동성명이 채택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휴회 결정 직후 각 국은 회담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공동인식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익한 회담이었다는 '외교적 수사'를 동원했지만 당장 의장국인 중국조차 '언제 이 목표를 실현하게 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당장 휴회 결정 자체가 회담이 결렬로 비쳐지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한 기술적인 타협책이었다는 게 회담장 주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는 회담이 자칫 실패로 결론날 경우 6자회담 무용론과 함께 미국 내 대북 강경여론이 힘을 받으면서 북핵 협상이 파국에 이를 것이라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각 국 대표단은 휴회기간에 관련국 간 의사교환이 긴밀히 이뤄질 것이라며 회담의 모멘텀이 상실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설득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 회담 관계자는 "북한과 미국 중 어느 한 곳이 특단의 결정을 내리지 않는 한 합의가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베이징=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