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과 보험 등 기관투자가를 비롯 내국인의 해외 중·장기 채권(만기 1년 이상 채권) 순매입 규모가 올해 상반기 중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경기회복 기대감 확산과 주식시장 강세로 국내 채권 매입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해외 중·장기 채권 투자가 급증한 것은 국내에서의 중·장기 채권 물량 부족 탓도 있지만 지난 5월 국내 지표 금리가 미국의 지표 금리를 밑도는 내외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도 이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내국인의 해외 중·장기채권 순매입액은 41억7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4.7% 증가,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별 해외 중·장기채 순매입 실적은 △1월 1억달러 △2월 3억2000만달러 △3월 2억달러 △4월 2억8000만달러 등으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그러나 한·미 간 3년물 국고채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한 5월에는 14억7000만달러어치가 순매입돼 작년 동월에 비해 76.5%나 증가했고 6월에는 18억달러로 작년 동월 대비 95.9%나 급증하면서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 국제수지팀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중·장기채 공급 물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한 데다 수출 호조 등으로 외화자금이 풍부해 해외채권 매입이 늘고 있다"며 "내외 금리 역전이라는 금리 변수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로 5년·10년 만기의 해외 중·장기 채권은 자금을 장기로 운용해야 하는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과 대형 보험사들이 매입하고 있다. 이들은 투자 자산의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해 해외 장기채권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어 앞으로도 해외 채권 투자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해외 채권투자 규모는 올 들어 7월 말까지만 3조8000억원 정도로 연말까지는 줄잡아 6조원을 웃돌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민연금 채권운용팀 관계자는 "해외 채권 투자를 늘려간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한 달 평균 투자 규모는 1조∼1조500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6월 말 현재 9조1402억원의 해외투자 잔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자금의 대부분은 미국 또는 유럽 등지의 우량 회사채와 모기지 채권 등에 투자되고 있다. 작년 6월 말(7조2795억원)에 비해 1조8607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께 해외투자 잔액은 10조원을 넘을 것이란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성태·김수언·김동윤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