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최근 패닉상태에 빠져 제기능을 하지 못함에 따라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와 자금의 해외이탈이 가속되고 성장 잠재력 확충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채권시장을 이탈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 주가를 밀어올리는 긍적적인 측면도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금융의 실물경제 지원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사진 : 채권 금리가 최근들어 급등세를 보이면서 채권매수세가 실종되는 등 채권 시장이 패닉 상황에 빠졌다.대한투자신탁증권 채권딜러들이 단말기를 보며 금리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


지난 8개월 동안 국내 콜금리는 3.25%에 묶여 있는 반면 3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0.8%포인트나 급등했다.


지난해 6월 말 이후 연방기금 금리가 2.25%포인트나 인상됐는 데도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0.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친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채권시장 위축으로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심화돼 장·단기 시장별 자금 수급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게다가 시중자금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집중되면서 일부 거품 우려까지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부동산 시장을 제외하고는 거품논란이 없는 상황이다.


정유신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은 "미국이 인플레 부담 없이 잠재수준 이상의 성장세를 지속하는,이른바 골디락스(Goldilocks)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기술혁신 등에 따른 생산성 증대와 함께 장기채권 시장 등에 자금이 순조롭게 유입돼 성장 잠재력이 지속적으로 확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의 안정화와 이를 통한 금융의 실물경제 지원기능 복원없이는 미국과 같은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홍영란 국민은행 서강지점장도 "은행권과 주식,채권시장별로 고유기능을 잘 수행해야 최근 국내 증시처럼 경제여건과 관계 없이 주가가 이상 급등하는 역설(paradox)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시장을 이탈한 자금이 미국의 중·장기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우증권 이효근 수석연구위원은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국내 장기투자 수요를 충족시킬 만한 장기채 시장이 붕괴됐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와 성장 잠재력 약화를 해결하고 국내자금의 해외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5년물 이상 장기채 시장의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필규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국내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들의 장기투자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인프라를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채권 투자지표 개발,국고채 및 우량 회사채 발행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채권평가기관 육성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