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건강보험료 체납이 적지 않은 가운데 보험료를 덜 내기 위해 소득을 줄여 신고하는 행위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의사 변호사 회계사 대형음식점주 등 15대 전문직종 개인 사업장 대표 6만7971명 중 11%에 달하는 7333명이 월 평균 소득이 170만원이 안 된다고 공단에 신고했다. 월 소득 170만원 이하는 직장가입자 중 소득이 하위 20%(전체 100등급 중 20등급 이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험료는 월 7만3000원 이하다. 직종별로는 개업 변호사 2402명 중 10% 이상인 249명이 월 소득 170만원 이하라고 신고해 20등급 이하로 분류돼 있다. 전체 변호사 소득평균(공단 신고액 기준) 1089만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액수다. 개업 성형외과 의사 720명 중 17%(127명)도 월 소득이 중소기업 생산직 근로자 수준에도 못미치는 170만원이라고 신고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 1인당 평균 임금은 239만8000원이었다. 이 밖에 극장식 식당 등 대형음식점주 275명(전체 평균소득 297만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0명을 비롯 △개업 약사(전체 평균소득 454만원) 중 13% △산부인과 의사(608만원) 21% △변리사(742만원) 15% △회계사(408만원) 중 28%도 월 170만원을 벌지 못한다고 신고해 20등급 이하에 속해 있다. 공단은 이처럼 신고 소득이 해당 업종이나 직종별 평균 소득보다 지나치게 낮은 경우 소득 축소 신고 혐의가 짙은 것으로 보고 국세청의 소득자료와 비교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2003년 1월부터 올 5월까지 이들 전문직종을 포함한 전국 사업장 27만6000곳 가운데 11만3000곳이 소득을 줄여 신고한 것으로 밝혀져 모두 933억원을 추가 징수했다. 또 지난달 28일부터는 건강보험 소득을 줄이거나 탈루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국세청에 통보,세무조사에 활용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 가입자들의 소득 축소 행위를 모두 가려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세청 소득자료가 아예 없는 경우나 자료가 있더라도 줄여서 신고했다는 의심이 들 경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소득이 투명하게 노출된 직장인이나 성실 납부자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병호 선임 연구위원은 "복지정책이 효율적으로 운용되려면 정확한 소득파악을 통한 형평성 확보가 핵심"이라며 "장기적으로 국세청에서 세금과 각종 사회보험료를 함께 징수하는 등 징수채널을 일원화하고 국가적으로 소득파악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