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을 2.1%가량 낮추는 평가절상을 단행했다. 동시에 달러당 8.27위안에 고정시켜 온 페그(peg)제를 폐지하고 통화바스켓에 기초한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채택했다. 평가절상폭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서 관심은 새로 도입된 환율제도에 모아지고 있다. 통화바스켓 시스템이 도대체 어떤 원리로 작동하며 결과적으로 위안화 환율은 향후 어떻게 변화하느냐 하는 것이다. 환율제도의 종류는 크게 보아 세 가지가 있다. 고정환율제도는 페그제라고도 하는 것으로서 옷을 걸이못(페그)에 걸어놓듯이 특정한 외국 통화에 자국 통화를 일정 수준에서 고정시키는 제도다. 특정의 외국 통화로는 전세계적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주로 역할을 담당한다. 고정환율제도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자유변동환율제도인데 이는 일반적인 상품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것과 같이 외환시장의 수급관계에 따라 자유로이 환율이 변동하는 제도를 말한다. 고정환율제도와 자유변동환율제도의 가운데에 위치한 것이 제한적 변동환율제도 혹은 관리변동환율제도이며 이번에 중국이 채택한 통화바스켓 제도는 관리변동환율제도의 일종이다. 통화바스켓 제도는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이 변화하는 만큼 자국통화의 대미달러화 환율을 변화시키는 제도다. 통화바스켓 제도에 따라 위안화는 다른 통화들의 움직임을 반영해 움직이게 됐다. 예컨대 이전에 엔화가 강세를 띠면 시소가 기울어 위안화가 약세를 띠던 것과는 달리 바스켓 안의 통화들이 강세를 보이면 그 평균치만큼 위안화도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여 균형을 잡게 해주는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예를 보면 통화바스켓의 작동원리가 보다 쉽게 이해된다. 위안화 환율을 결정하는 통화바스켓이 달러와 유로,엔 등 3개국 통화로만 구성된다고 치자.각각의 가중치는 0.5, 0.2, 0.3이라 하고 달러화를 기준통화로 하자.여기서 달러 대비 유로 환율은 변동이 없고 엔화만 달러에 비해 10% 절상된다면 위안화는 달러에 대해 3% 절상된다(=0.2X0+0.3X10).최근 국제금융기관들이 1년 후 유로와 엔의 달러 대비 절상률을 6~10% 정도로 보고 있는데 이 전망이 맞다면 위안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1년 뒤 3~5% 절상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유로와 엔 등 주요 통화들은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위안화는 달러에 고정돼 결과적으로 다른 통화들에 대해 약세를 보임으로써 많은 나라들의 지탄을 받아왔다. 중국이 유연한 환율제도를 채택하지 않은 결과 위안화가 저평가됨으로써 중국의 무역흑자가 늘어나고 자기들의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의 자본시장이나 경제발전 정도를 고려할 때 완전한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중국은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 여지를 어느 정도 남겨놓기를 원한다고 볼 수 있다. 통화바스켓 제도를 운영할 때 순수하게 바스켓에 의해서만 환율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실세반영장치'라는 항목을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자국과 교역상대국 간의 물가상승률 차이와 국제수지 및 외환수급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국 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기 위한 것이다. 위의 수치 예에서 나타나듯이 통화바스켓 제도 하에서 위안화 환율은 들쭉날쭉한 주요국 환율 움직임을 수동적으로 쫓아가 주요국 통화의 달러 대비 환율보다 안정적으로 변동하게 된다. 실제로 위의 3개국 통화 바스켓과 가중치를 가정했을 경우 지난 몇 년간 위안화 환율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여 왔을 것이다. 유로와 엔화의 대미달러 환율이 각각 30% 전후씩 변동했지만 위안화의 대미달러 환율은 상하 10% 이내의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바스켓이 보다 많은 통화로 구성될 경우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이 나타날 것이다. 이번 조치로 중국이 보다 유연한 환율제도를 채택한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초기 절상폭이 작아 위안화의 저평가가 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향후의 변동폭도 비교적 작을 것으로 보여 미흡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등 국제무역의 불균형이 더욱 심해지고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을 중심으로 위안화 환율에 대한 불만과 추가적인 평가절상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해 시비가 불거질 수도 있다. 위안화 환율의 유연화 작업은 통화바스켓 제도 채택으로 일단락됐다기보다는 이제 막 시작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신민영 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 myshin@lge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