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안기부 불법 도청 테이프와 녹취 보고서에 대해 검찰이 압수 시점부터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검찰 내에서도 어느 선까지 보고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검찰은 삼성의 불법자금 제공 도청 테이프를 방송사에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재미교포 박인회씨를 긴급체포한 27일 안기부 특수도청팀 `미림'의 팀장이었던 공운영씨의 집을 압수수색해 274개의 도청테이프와 녹취보고서를 확보했다. 이튿날 오후 검찰은 박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병원에 입원 중인 공씨에 대해서는 사전구속영장을 각각 청구했다. 법원에 따르면 공씨의 사전구속영장에는 274개나 되는 도청테이프를 빼돌려 7년 넘게 숨겨 놓은 혐의는 적시되지 않았고, 박씨처럼 테이프를 빼돌려 삼성측을 협박한 혐의만 명시돼 있었다. 두 사람의 영장을 심사했던 재판부도 검찰의 테이프 무더기 압수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았을 정도였다. 검찰이 긴급체포 만료 시한이 29일 오전까지였는데도 28일 오후 두 사람에 대해 서둘러 영장을 청구한 것도 테이프 압수 사실이 발표 전 외부에 새어 나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후문도 있다. 검찰은 테이프를 확보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 전까지 이번에 문제가 된 삼성 이학수 부회장과 홍석현 주미대사의 대화를 도청한 테이프도 구하지 못해 고심하는 듯한 모습까지 `연출'했다. 이처럼 안기부 불법 도청테이프를 둘러싸고 철통 보안이 지켜지자 테이프 내용이 검찰 내에서 어느 선까지 보고될지를 놓고도 논란이 분분하다. 검찰은 많은 사람이 접촉할수록 내용이 새어 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분석 작업에는 수사 검사를 비롯해 2~3명 정도만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사동일체' 원칙에 오래 익숙해져 있던 검찰 조직의 특성을 감안하면 수사 실무 검사들과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황교안 제2차장 검사,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 권재진 대검 공안부장, 김종빈 검찰총장 등 계통상 `직보' 라인까지 보고가 이뤄질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반면 일각에서는 김종빈 총장 등 검찰 수뇌부가 내용에 대해 상세히 보고를 받은 게 알려지면 향후 다른 부패 수사 등에 테이프가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어 구체적인 보고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테이프를 보관할지, 폐기할지도 검찰의 고민거리다. 중요사건은 증거물을 보관하는 게 원칙이지만 비공개 원칙을 세운 도청 테이프들을 얼마나 보관할지를 놓고도 생각해야 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재판과정에서 증거물로 사용될 경우 변호인이나 피고인들을 통해 내용이 조금이라도 알려지게 되는 것도 부담이다. 검찰은 테이프 보고 라인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테이프 내용중에 수사를 할만한 단서가 나오면 수사 착수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간접적인 형태로라도 일부 내용은 알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