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선 통신의 통합과 통신·방송의 융합 추세에 따라 통신업계를 재편하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통신 3위 그룹인 LG의 구본무 회장이 최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통신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잇따라 만나면서 설(說)이 무성하다. 통신 투자에 미온적이었던 LG그룹이 계열사 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 시장 진입을 계기로 새 전략을 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가에선 하나로텔레콤이 어딘가에 팔릴 것이란 설이 나돌고 있다. ◆구본무 회장 왜 바빠졌나 구본무 회장은 지난 26일 남중수 KT 사장내정자를 만났다. KT 관계자는 "여러 사람과 함께 만났고 통신업계 전반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이에 앞서 남용 LG텔레콤 사장,박종응 파워콤 사장 등 그룹 내 통신 계열사 CEO들과 함께 진대제 장관을 만났다. 지난 20일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만나 통신사업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확인되진 않았지만 구 회장은 진 장관에게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고 통신 공룡인 KT와 KTF의 합병을 저지하고 KT의 이동통신 재판매(KTF 가입자 대리모집)를 금지시켜 달라는 요구도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이 남중수 사장내정자를 만난 것도 KT그룹의 시장지배력을 더 이상 강화시켜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기 위해서였다는 얘기도 나돈다. ◆SK텔레콤의 컨버전스 전략 현재 통신시장 구도는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의 이동통신 3강,KT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등 유선통신 3강으로 짜여 있다. 하나로텔레콤을 제외하곤 SK LG KT 등 3개 그룹 계열사다. 이 가운데 SK그룹의 경우 이동통신(SK텔레콤)에서 1위이고 위성DMB(TU미디어)로 앞서가고 있다. 그러나 유선통신이 약하다. SK텔링크를 통해 시내·국제전화 사업을 하고 있지만 명함을 내밀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유·무선 통합 서비스를 위해선 유선을 보강해야 한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은 그동안 유선통신 2위 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는 방안,LG 계열의 데이콤이나 파워콤과 손을 잡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왔다. 그러나 어느 방안이든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와 결정을 보류해둔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밀도 있게 검토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나로텔레콤 어디로 갈까 통신시장 재편의 핵심은 하나로텔레콤의 향배다. 두루넷을 인수해 초고속인터넷 시장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긴 했지만 유·무선이 통합되고 통신·방송이 융합되는 시대에 혼자 살아남긴 어렵다. 최대주주인 뉴브리지-AIG컨소시엄으로선 어느 정도 차익을 내고 투자 회수를 꾀해야 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2003년 뉴브리지-AIG컨소시엄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당시 인수가격은 주당 3200원씩,총 11억달러였다. 현재 주가는 3100원선.인수 당시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이었고 현재 환율이 1000원 선이란 점을 감안하면 환차익으로 주가하락분을 메우고도 남는다. 따라서 SK든 LG든 원매자만 나오면 적절한 가격에 매각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LG그룹이 통신사업에서 손을 떼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LG그룹은 LG텔레콤 데이콤 파워콤을 주축으로 유·무선 진영을 갖췄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인 3.5세대 이동통신,휴대인터넷(와이브로),DMB 등에서 KT진영이나 SK진영에 뒤진다. 지금 성장동력을 확충하든지 손을 털어야 한다. LG가 통신사업을 접을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현재로선 확실한 것은 없지만 LG그룹이 통신 사업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느냐와 하나로텔레콤이 어느 그룹에 넘어가느냐가 재편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