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콩쥐팥쥐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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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인 '콩쥐팥쥐'는 권선징악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가정소설이다.
전통사회에서 흔히 있었던 계모와 전처 자식 간의 갈등을 환상적 사건과 결부시킨 이 작품은 지금도 독자들의 안도와 분노를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새어머니 배씨가 자신이 낳은 딸 팥쥐를 데리고 들어와 전처 소생의 콩쥐를 매정하게 들볶는 것으로,결국 잘못을 후회하고 착한 삶을 살았다는 내용이다.
이 단순한 내용의 콩쥐팥쥐는 아직도 문학계에서 많은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우선 이 구전설화가 언제 형성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학자마다 의견이 엇갈려,멀리는 조선시대부터 대창서원에서 책이 처음 출간된 1919년까지 그 시기가 매우 폭넓다.
소설의 특징을 두고도 남북한 학자들 간의 견해가 확연히 다르다.
남측은 최남선이 콩쥐팥쥐와 신데렐라와의 유사성을 제기한 이후 외국 유사설화와의 연관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북측은 콩쥐의 착하고 강인한 성격을 들어 근로여성의 표상으로 작품을 부각시키고 있다.
민중적인 접근이다.
콩쥐팥쥐가 이제는 고향싸움에 휘말리고 있다.
전북 완주군과 이웃인 김제시가 서로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쟁의 핵심은 설화 속에 나타난 '전주 서문밖 30리'가 어디냐 하는 것이다.
완주군은 오랜 기간에 걸쳐 수집한 고증을 근거로 앵곡마을을 지정한 반면 김제시는 이 마을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20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둔산마을을 고집하고 있다.
나름대로 들이대는 근거와 설득력이 있지만,완주군이 먼저 관광개발 청사진을 마련한 데 이어 콩쥐팥쥐 캐릭터를 개발했고 지난해엔 상표등록까지 마쳐 앞서가는 형국이다.
홍길동의 태생지,심청이의 고향,흥부놀부마을 등이 본래 어디였느냐 하는 논쟁이 지자체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콩쥐팥쥐도 두 집 살림을 차리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 어쨌든 이 고장 사람들은 악을 미워하고 선을 사랑했던 콩쥐팥쥐의 고전작품이 자신들 지역을 배경으로 탄생됐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