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가벼워지고 있다. 대형주들의 유통 물량이 급감,약간의 매매에도 주가가 급등락하는 모습이다. 가벼워진 대형주는 최근 신고가를 속속 경신하면서 주가지수 1100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시가총액 23조원의 큰 덩치인 한국전력이 단적인 예다. 한전 주가는 요즘 춤을 추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하루 평균 3~4%씩 급등하더니 27일에는 3.40% 급락한 3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채원 한국투자증권 상무는 "6개월 전만 해도 3만~4만주에 달했던 한전의 호가별 매수·매도 잔량이 요즘은 1000~2000주에 불과한 때가 많다"며 "매매 잔량이 너무 적어지다 보니 약간의 매수·매도에도 주가가 급등락한다"고 말했다. ◆'가벼워진' 주식시장 주식시장이 가벼워진 것은 무엇보다 '주식 퇴장' 현상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 초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의 유통주식수(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자사주,외국인 지분을 제외한 주식수) 비중은 작년 말보다 4%포인트 이상 줄어든 23.75%에 불과했다. 이러다 보니 대형주 주가가 널뛰기하는 날이 적지 않다. 6월 이후 상승을 지속하면서 지난 26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던 현대모비스는 이날 4.19%나 급락했다. 반면 SK㈜는 이날 4.29% 급등했다. 시가총액이 10조원인 하이닉스반도체는 이달 중순 이후 하루 8~10% 폭등하거나 4~5% 급락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단기 투자자에서 장기 투자자로 주식이 이전되고 있어 유통주식수 급감의 효과가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주식을 팔고 있는 유일한 매매주체는 개인이다. 이들은 연초부터 이날까지 6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매물은 기관(2조원),외국인(1조8000억원),자사주를 포함한 기타 법인(2조3000억원) 등 장기 투자자에게 넘어갔다. ◆주가 상승폭 더 가팔라질 수도 증시가 가벼워짐에 따라 향후 지수는 빠른 속도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현재 한국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4배로 대만(12.9배) 일본(15.2배) 미국(15.4배) 등에 비해 크게 낮아 저평가 해소 논리만으로도 증시는 더 상승할 수 있다"며 "주요 대형주가 매물대를 통과한 상태라 이르면 3분기 중에도 지수는 전고점을 넘어 1200선에 육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반론도 있다. 이채원 상무는 "요새 시장이 가벼워진 것은 낙관적 심리가 팽배해지며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기업실적이 악화되거나 예기치 못한 악재가 불거지면 외국인은 물론 대주주까지 주식을 팔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