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지난 상반기 6조5955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충당금적립전이익은 오히려 감소하는 등 영업실적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26일 국민은행 등 19개 국내 은행들이 올 상반기 중 작년 상반기(3조6318억원)보다 2조9637억원(81.6%) 많은 6조5955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순이익 증가는 신용카드와 기업부문의 부실여신이 줄어든 게 일차적 요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부실여신 감소로 인해 충당금 전입액은 작년 상반기 5조9855억원에서 올해 2조3074억원으로 61.5% 줄어들었다. 또 구조조정 기업들의 실적호전에 힘입어 투자유가증권과 관련한 영업외이익도 7087억원에서 1조8665억원으로 163.4% 급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일회성 순익증가 요인을 제외할 경우 국내 은행의 수익구조는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수익성과 직결되는 이자 이익은 13조3979억원으로 0.4%(497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고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이익은 2조1687억원으로 20.5%(5578억원) 감소했다. 또 은행 수익성의 판단 기준이 되는 충당금적립전이익은 10조5276억원으로 0.3%(365억원) 줄었다. 금감원 김중회 부원장은 "당분간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 감소 등 비용 측면의 개선으로 이익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충당금적립전이익이 줄어드는 등 영업 실적은 둔화될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수익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현 수준의 이익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은행이 예상치 못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완충장치로 자기자본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수익 다각화와 경영 효율성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 기본자본비율은 각각 12.1%,8.0%로 미국 13.0%,10.3%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또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9%대로 미국의 전체 은행 평균 1.31%,영국의 5대 은행 평균 1.25%를 밑돌고 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