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성공한 한국계 사업가를 꼽으라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나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빠찡꼬업계 '대부'로 불리는 한창우 마루한 회장도 억만장자다. 이들은 일제시대에 건너왔거나 일본에서 태어난 교포 2,3세다. 그러나 이들과 달리 1980년대 이후 건너온 뉴커머(new comer) 중에도 짧은 기간에 재산을 모은 부자들이 많다. 뉴커머는 사업이나 유학차 일본에 왔다가 눌러앉은 사람을 말한다. 요즘 재일교포 사회에서는 '한류 붐' 덕분에 돈을 번 뉴커머 얘기가 화제다. 도쿄 오사카 등지에서 식당을 운영하거나 한국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교포들의 성공담이 회자되고 있다. 이들은 1990년대 이후 장기 불황기에 싼 값에 건물을 사들여 '부동산 갑부'가 된 케이스가 많다. 코리아타운이 형성된 도쿄 신주쿠 대로변에는 4,5년 전부터 교포들이 매입한 상가 건물이 즐비하다. 도쿄에서 대형 한국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K사장이 대표적인 상공 사례로 꼽힌다. 1980년대 유학을 왔다가 눌러앉은 그는 10여개의 사업체를 갖고 있다. K사장은 한류의 영향으로 운영 중인 슈퍼와 식당에 일본인이 몰려 돈을 벌었다. 특히 2000년대 초 융자를 받아 상가나 호텔을 매입한 뒤 경기가 좋아져 재산이 크게 불어났다. 반면 부동산 투자로 실패한 케이스도 많다. 일본의 경기가 한창이던 1980년대와 90년대 초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대출을 받아 건물이나 주택을 사들인 교포들이다. 대기업이나 정부 기관들도 직원용 사택을 구입했다가 실패를 본 경우가 많다. 시가가 구입 당시의 50% 선에 불과한 상태다. 재일 교포들의 부동산 투자 사례를 봐도 부동산 투자는 역시 매입 타이밍이 성공을 좌우하는 것 같다. 오카 아키오 부동산 컨설턴트는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향후 2,3년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상승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포 K사장은 "도쿄 중심 상권의 경우 이미 상당 수준으로 가격이 오른 상태여서 지금 부동산을 사면 상투를 잡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